쌈코와 남삭노이

September 8th,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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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티브이를 시청하고 나서 좋아진 것들이 몇가지 있다. 각종 해외 스포츠를 볼수 있다는 점, 하루 종일 바둑을 볼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간혹 볼만한 영화가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케이블이 없었다면 절대 볼 수 없었을 것이 바로 이종격투기이다. 매일이나 매주 있는 이벤트가 아니다 보니 과거의 경기부터 들쑥날쑥하게나마 보여주는데 K1, Pride, KOC의 거의 모든 경기를 보여준 듯 하다. 초기에는 정말 빼놓지 않고 모든 경기를 시청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선호하는 경기와 선수가 아니면 채널을 돌리게 되었다. 사실 이제는 이름도 잘 기억이 안난다. 물론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K1이나 KOC는 너무 상업성이 짙은듯 보여 왠지 기피하는 면도 없지 않다. 그나저나 앤디 훅의 화려한 발차기와 전통의 힉슨가, 힉슨킬러 사쿠바라, 육중한 밥샵, 피터아츠, 러시아의 인간병기(이름이 생각안난다. 이런!!!) 들의 경기를 볼 수 있는 것은 분명 케이블의 선물이다.

KOMA(King Of Martial Arts-Grand Prix)를 볼 수 있었던 것도 분명 커다란 행운일 것이다. 무에타이의 전설이라고 불리우는 선수들의 경기를 본다는 것이 쉬운일은 아닌데다가 그 무대가 한국이라니… 쌈코와 남삭노이야 그 명성이 워낙 자자하긴 하지만 실제 눈앞에서 보니 허명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다. 무자비하게 몰아치는 쌈코의 왼발. 전 경기에서 한국선수가 마치 쌈코를 의식하듯 거듭 왼발을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스피드는 몰라도 파괴력에서는 전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쌈코의 왼발은 마치 네이팜탄처럼 상대의 가드를 미친듯이 몰아붙였다. 결국 1회 TKO. 정말이지 오호라~~~ 하는 감탄사가 끊이질 않았다. 남삭노이는 쌈코만큼의 파괴력은 부족한 듯 보이나 – 사실 이것은 상대 선수가 맷집이 워낙 강한데 기인한다. – 정교한 펀치와 노련한 게임운영으로 완승을 이끌어 내었다. 또 한명의 인상깊은 선수는 쁘아까오였다. 상대방의 현란한 풋워크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느릿느릿 움직이는 상태에서 나오는 그의 펀치와 킥은 위의 두 선수에 못지 않았다.

사실 이종 격투기 경기를 보면 이제는 아마추어 경기로 확실히 노선을 정한 듯한 태권도가 왠지 초라해 보인다. 이종 격투기 대회에 참여하면 자격을 박탈한다는 규정까지 있다하니, 타 격투기와의 대결은 이제 입씨름으로만 이루어질테지. 태권도 협회의 비리같은거야 뭐 말할 것도 없을테고…

언제 기회가 되면 정말 관람하고 싶은 경기다. 그런데 워낙 티켓이 비싸다. 링코너가 15만원이란다. 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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