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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항상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바탕으로 받아들인다. 설사 그 둘이 필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지 않더라도 말이다. 인터넷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형체가 없는 정보를 이해하기 위해 현실 세계의 메타포(metaphor:은유)를 끌어들인다.
인터넷에서 정보는 특정한 ‘사이트’(site:장소)에 쌓인다. 자료실, 대화방과 같이 공간을 기능적으로 분할하는 모더니즘 건축의 메타포가 사이트에 적용된다. 현실 공간에서 재화를 다루는 방식 그대로 인터넷에서 정보를 다루는 것이다. 사물이 장소에 고착되듯이 정보는 사이트에 고정된다.

개인의 맥락으로 : 블로그
하지만 인터넷을 브라우징(browsing: 훑어보기)하는 개인의 입장에서 정보는 더 이상 고정된 것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블로그가 나타난다. ‘인터넷을 떠돌아다닌 기록'(web log)이라는 말에서 유래된 블로그는 개인이 그날 그날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접한 정보들에 자신의 평을 덧붙여 게재하는 시스템이다. 장소들을 중심으로 고정된 정보는 개인의 입장에서 새로운 맥락으로 재편되고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
흔히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부르듯이 이전까지는 ‘정보의 양’이 관건이었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정보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정보들이 관계를 맺으면서 만들어내는 ‘의미’가 더욱 중요하다. 블로그는 고정된 정보들을 개인의 맥락 속으로 끌어들여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정보 자체를 바꾼다 : 위키위키
블로그는 정보들을 개인의 맥락에서 재편성하지만, 원래 정보는 그대로 있다. 위키위키는 좀 더 적극적인 방식을 택한다. 위키위키의 특징은 마치 사무실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칠판처럼 사이트에 있는 정보를 누구나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래 정보 자체가 사용자 공동체의 맥락에 의해 변형을 겪게된다.
또, 게시판이나 블로그가 여전히 정보를 시간 순으로 정렬하는 데 반해 위키위키는 정보를 어떤 순서로도 정렬시키지 않는다. 오로지 사용자들이 정보들 사이에 맺어놓은 관계만 있을 뿐이다. 위키위키는 위키위키 안에 있는 정보들끼리 손쉽게 링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위키위키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보통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링크가 있다. 또, 보통의 링크가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것과 달리 위키위키에서는 링크가 쌍방향으로 걸린다. 사용자는 자신이 읽는 맥락으로 링크를 따라 탐색해나가기도 하고 만약 링크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새로운 링크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어떨 때는 교차로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기도 한다. 위키위키에는 목록 대신 사용자들이 위키위키를 탐험하면서 만든 지도를 사용한다.

P2P위키의 급진적 전망
블로그와 위키위키는 정보를 사이트에 고착된 대상으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재편성할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정보가 여전히 사이트에 저장되어 있다는 건 분명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위키위키인 ‘노스모크(http://no-smok.net)’에서는 P2P위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적이 있다. P2P위키란 모든 개인들이 각자의 컴퓨터에 위키위키를 하나씩 가지고, 서로 접속해서 마음에 드는 정보를 주고 받는 소통양식이다. 아직 실현된 기술은 아니지만 정보가 어디에도 고정되지 않은채 다양한 의미와 맥락으로 저장되고 흘러다니는 새로운 접근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정보화에 내재한 탈자본주의적 전망
이처럼 정보에 극단적인 유동성을 추구하는 움직임은 정보를 특정한 장소에 고정시키고, 사유화하려는 시도와 정면으로 충돌할 수 밖에 없다. 위키위키의 모든 정보는 사용자 모두가 저작자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저작권을 주장하기 어렵다. 정보가 단순히 공동소유되는 것을 넘어 원천적으로 공동생산되는 것이다. 정보화에 내재한 이 탈자본주의적 전망이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기대를 품게되는 대목이다.

http://www.stuzine.net 유재명기자.

그러나 여전히 정보의 집중과 기술의 독점은 우려할 만한 수준을 넘어서 극단적으로 치닫는 듯하다. 디즈니의 저작권영구화시도등을 보면 기술의 발전을 위한 저작권이 이렇게도 왜곡될 수 있구나하는 감탄(?)이 들기도 한다.

One Response to “정보화의 탈자본주의적 전망”

  1. 머무르기 Says: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그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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