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og 에 관한 상념(想念)
November 9th, 2003
요즈음에 군대 시절 적은 일기를 들춰보면 당시의 고단했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작업, 뺑이, 교육, 무료함 등등 그 시절의 일상과 함께 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책에 관한 글들이다. 무슨 책을 읽었고, 어떤 느낌이었으며, 세간의 평은 어떠했는지 비교적 소상하게 적어놓은 기록들은 당연히 어떤 실질적인 도움이 되거나 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삶의 흔적들이다.
Blog에 글이 60여개가 넘어가면서 왠지 영화 이야기에 치중하는 듯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경향이 무슨 문제가 될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텐데 그래도 가끔 그런 사실에 어떤 당위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시도를 무의식중에 행하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또 새로운 전기를 이쯤돼서 한 번 마련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그렇다.
홈페이지를 Blog로 바꾸고 나서 기존의 정적인 홈페이지에 비해 월등하게 활발한 것이 사실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미디어라는 Blog의 특성상, 굳이 누구에게 읽히거나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존재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좀 더 내 안으로 들어가서 정말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표현해 낼 수 있을까하는 점이다. 남에게는 그렇게 충고도 잘하고 번지르르하게 위로도 잘 하면서 아직도 마음속에 있는 것을 모두 쏟아부을 수가 없다. 하루키의 소설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아는 것의 반 밖에 말하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버린 듯하다. 반쪽의 삶이 고단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보기에 매우 간사하다.
군대 시절, 책이 당시 고단했던 일상의 도피처였다면 지금은 영화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영화를 보며 시간을 때우고, 그 감상을 적으며 고민하고, 그러면서 안목은 깊어간다고 뿌듯해하는 이 유아적인 발상이 얼마나 우스운가 말이다. 시간이 지나 나중에 Blog의 글들을 보면 또 삶의 흔적을 운운하겠지. 유치하게…
뭐 구차하게 비관할 생각은 없다. 어차피 이것도 생활의 일부일테고,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일테니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수 밖에… 단 매저키스트가 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
생각해 보니 한 명을 제외하고는 Off-Line 에서 나를 아는 사람중에 이 페이지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행복한가? -yes
PS> The-Brights 에 관해 좀더 숙고해 볼것.
http://no-smok.net/nsmk/TheBrights
http://www.the-bright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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