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통(頭痛) – a splitting headache
December 14th, 2003
지독한 두통이 하루종일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마치 장난꾸러기 난장이 몇 놈이 머리속을 온통 헤집고 다니는 듯 전후좌우뒷골 가리지 않고 계속 쑤셔댔다.
진우형 둘째아이 돌잔치에 갔다가, 얼마 남지 않은 연말을 핑계로 조촐한 망년회라도 하자고 편집실 사람들과 감자탕을 먹으러 갔다. (후배녀석 둘이 먼저 가버리는 바람에 나는 졸지에 또 막내 신세였다. 세상에…! 93학번이면 어디가도 꿀리지 않는 학번이란 말이닷!!! 줴길슨…) 너무나도 오랫만에 먹는 소주라 그런지 달짝지근 하기는 한데 몇몇 사람들은 일찍 일어나고 – 모두 부부들이었다. 부부들의 행동양식은 참으로 경이롭다 – 또 결정적으로 감자탕의 맛이 형편없었기에 자리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아마 거기서 끝내고 집으로 갔다면 아쉬움은 남았어도 두통은 없었을텐데, 다행히도(?) 종문이형이 유혹의 손길을 덮쳐버렸다. 자기집에 좋은 술이 있다고… 오호, 통재라. 오스카식으로 말하자면 ‘나는 유혹이외에는 모든것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결국 남수형, 재훈이 끌고 종문이 형 집에 가서 형수와 새벽녘까지 술을 마시고 언제인지 모르지만 옷도 차곡차곡 개켜놓고는 잠이 들었나부다.
아침은 지독한 두통(a splitting headache)과 함께 시작되었다. 술을 좀 마시긴 했어도 도무지 그 두통을 설명할 수 없었다. 게다가 소주, 맥주를 섞어 먹기는 했지만 뒤끝없다는 양주로 마무리를 하지 않았던가. 풀리지 않을 듯한 이 미스테리는 그러나 어쩌면 아주 합당한 원인에 따른 결과일 뿐이었다.
“형, 나 왜 이렇게 머리가 아파요?”
“야, 어제 시바스 리갈 먹었자너… ㅡ,.ㅡ”
“에이, 네명이서 한병 먹은 건데요. 그걸 저 혼자 다 먹었나요, 머.”
“그래. 너 혼자 다 먹었어. 주석잔에 따라서… 미친늠인줄 알아따…ㅋ”
씨바, 그랬구나 그래서 머리가 아픈 거구나.
December 15th, 2003 at 2003-12-15 | am 10:40
헐….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