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절이라…

March 1st, 2004

카놋사의 굴욕.
중세 교황의 권위에 맞선 독일황제 하인리히 4세의 패배를 의미하는 사건. 하지만 역사에서 승리는 하인리히 4세의 것이었다. 그레고리우스 7세는 바로 그 4년후 하인리히에 의해 쫒겨난다. 서임권을 둘러싼 이 사건에서 만약 교황이 이겼다면 카놋사의 굴욕이 아니라 카놋사의 승리라고 기록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적어도 역사에 지지 않았기에 독립운동이라는 자랑스러운 기억을 가지게 되었다. 누구도 안중근 의사를 일컬어 테러리스트라고 부르지 않는다.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폭탄테러라고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가질 수 있게 되었으니까…

미국 중심의 이 세계가 변하지 않는이상, 이라크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은 오직 테러일 뿐이다. 이라크 민중의 목소리는 CNN의 생중계에 묻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물론 이라크 내부에서는 수많은 목소리가 서로 소리를 높이고 있을 것이다. 우리도 그랬으니까 –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상한 세력이 집권해 버렸지만….
하지만 이라크의 목소리는 아마 세계로 뻗어나오지는 못할 듯하다. 역사가 미국의 손에서 이라크로 넘어갈 일은 없을테니 말이다. 짐작컨데 미국의 역사가 끝나는 날은 세계의 시계가 멈추는 날이 아닐까?

오늘은 3월 1일. 삼일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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