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집에 올때 타는 시외버스는 일반 시내버스와는 달리 노선이 매우 길기 때문에 요금이 목적지마다 틀리다. 시내경계를 벗어나면 일정액의 추가요금이 붙게 되는데 종점까지의 요금은 2000원이 넘는다. 이 사실을 모르고 처음 이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흔히 하던대로 똘랑 700원 요금을 내거나 버스카드를 띡 하고 대지만, “목적지를 말씀해 주십시오”라는 안내멘트와 함께, 요금수령이 거부된다. 그리고 나서 “어디어디요” 하고 목적지를 말하면 그제서야 운전수 아저씨가 요금을 조작하거나 거스름돈을 주는 식이다.

상황 #

한 아가씨(라고는 하지만, 글쎄…)가 버스에 올라탄다. 평소의 습관대로 700원을 요금함에 집어 넣고 잽싸게 자리를 찾아 앉는다. 초로의 운전사 아저씨, 손님이 내는 요금을 살펴보고는 자리를 찾아가는 아가씨를 향해 한마디 한다. “거기 아줌마 어디까지 가요?” 아가씨는 자신을 부르는 줄 모르고는 이미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다. 재차 아가씨를 부르는 소리. “지금 타신 아주머니, 어디까지 가냐구요?” 약간의 짜증이 섞인 한층 커진 목소리다. 그제서야 그 아가씨는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알았는지 “구파발이요.”하고 대답한다. 마치 한 건 잡았다는 듯한 운전수 아저씨의 한마디. “거기 1700원이예요. 돈 더 내세요.”

뭐 여기서 끝났다면야 하루에도 몇번씩 볼수 있는 흔한 광경인데, 이 아가씨 화가 무척 많이 났나 보다. 돈을 내러 다시 출입문으로 가면서 아저씨를 보고는 한마디 한다. “저 아줌마 아닌데요.” 아가씨의 볼멘 소리를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이 운전수 아저씨는 계속 요금 타령이다. “구파발은 1700원인데 700원만 내면 어떻해요?”, “저 아줌마 아니거든요.”, “어서 돈 더 내세요.”, “왜 아줌마라고 불러요?”, “1000원 더 내세요.”, “저 아줌마 아니라구요.”, “구파발 가신다면서요? 1000원 더 넣으시라구요.”

아가씨도 더이상 아저씨를 타박해봐야 자기만 손해라고 느꼈는지 돈 더 내고 다시 자리로 돌아온다. 난 돈 돌려받고 내릴줄 알았는데… 내 앞자리에 앉을려고 다가오기에 유심히는 살펴보지 못하고 곁눈질로 무관심한척 슬쩍 봤는데, 뭐 전적으로 아저씨 잘못만은 아닌듯. 학생들이나 꼬맹이들 많았다면 여기저기서 킥킥 거리는 소리가 들렸을텐데 모두들 관심없다는 듯이 창밖만 내다보고 있어 의외로 사태는 큰 파장없이 쉽게 수습되었다.

차안에서는 별 관심없는 척 하느라 그랬는지 무덤덤 했는데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 아가씨 참 웃기다. 그렇다고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서 실실 웃고 있으려니 이거 참 이상하군…

날씨 참 좋다.

One Response to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1. 차차 Says:

    ㅋㅋㅋㅋㅋ 아저씨 얄밉다 ㅡ ㅡ^ 나같음 대놓고 노발대발 했을틴디….아가씨란 소리 들을때까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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