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의 거처
May 16th, 2005
배신을 당해도 크게 낙담하거나 분노한 적이 없는 나다. 사실 소소한 나의 일상에서 배신을 크게 당해본 적도 없을 뿐더러, 흔히들 알고 있는 정치인들이나 삶의 스승으로 삼았던 사람들의 변절에 대해서는 그냥 관심을 끊어버리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들의 변절이 나의 생활에 큰 파장을 만들지 못했을 뿐더러 나의 단죄 역시 그들의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참 희귀한 경험이다. 교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특별히 어떤 관계를 맺고 있지도 않은 사람의 모습이 나를 매우 실망시킨다. 물론 어떠한 소통이 없다 보니 나는 그를 알 처지가 아니다. 다만 그의 홈페이지에 실려있는 글들과 그림과, 사진들만으로 나는 그가 ‘이러이러한 사람일 것이다’라고 스스로 판단내렸었고, 이제 그 판단이 그르다 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일뿐인데, 왠지 모르게 배신감이 든다. 가만히 있는 사람을 스스로 친구라 생각하고, 또 역시 가만히 있는 사람을 몹쓸사람으로 생각하는 내 자신이 좀 우습긴 하지만 자꾸만 이유모를 실망을 느끼니 정말 희귀하다라고밖에는 이야기 못하겠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이유없이 난도질 당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없기에 장황하게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겠다. 그리고 이 바닥이 생각외로 좁다.
타산지석. 오늘도 건강하게. 몸도 마음도 사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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