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

July 22nd, 2005

얼마전 들여온 수국이 끝내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밖으로 이사했다. 자욱한 담배연기, 모니터에서 사정없이 뿜어나오는 전자파, 지독하게 뿌려대는 모기약, 결정적으로 한 늙어버린 청년의 체취에 잎사귀들은 아래쪽부터 서서히 시들어갔고 가지는 앙상해졌다. 더 이상 방치해두었다가는 뿌리까지 상해 죽어버릴것 같은 예감에 바로 ‘기적의 정원술사’ 어머니에게 수국의 회생을 부탁했다. 내가 가져간 수국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어머니는 뭐, 죽지는 않을꺼라시며 정원 한 구석에 조용히 치워두신다. 예의 ‘담배를 얼마나 피워댔으면…’ 원망스런 질타와 함께. 나는 수국의 나약함과, 그 수국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내 방의 저주스러운 상황들을, 그리고 거기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자그마한 비중을 설명하려다가 그냥 돌아섰다. 어쨋건 수국은 죽어가고 있는 중이니까.

다시 내 방은 건조한 기계문물들만 가득찬 피폐한 방으로 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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