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한 후배의 전화

December 19th, 2003

지난번 친구 이야기에서도 그랬지만 나라를 상대로 하는 일이란게 녹녹하지 않다. 상식선이라는 게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관료제라는 것은 그 뿌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깊고 견고하다. 한참 전에 후배에게 후배의 아버님이 당하신 참 억울한 사연을 전해 들었을 때만 해도 뭔가 울컥 하는 것 너머로 정부를, 그것도 경찰을 상대로 일을 벌이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가 한탄했었다. 그런데 오늘 새벽 2시경. 술이 잔뜩 취한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 이겼어요!!!” 얼마나 기뻤으면 그 시간에 전화를 다 했을까! 나까지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전화였다. 내가 무관심하게 지낸 시간동안 얼마나 고생하고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미안해지기도 하고 그렇다.

잘못된 일이 있다면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사람이 할 일이다. 배운자의 침묵, 혹은 중립선언은 프레데릭이 말한대로 힘있는 자에게 봉사하는 몸짓에 다름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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웁쓰….

December 18th, 2003

icq로 이것저것 맹글다가 심심해서 찾아본 대화상대에서 정말이지 난감한 상대를 만나버렸다. 진짜인지 확인하려고 말을 걸어보려 했으나 Offline이길래 보류. 근데 이거 괜히 말 걸었다가 국가보안법에 걸리는거 아닌가 몰러…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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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to “웁쓰….”

  1. 차차 Says:

    ㅡ,.ㅡ;;; 북한의 왕자군요….

  2. 머무르기 Says:

    정말이지 웁쓰~~~ 참고로 북한 주민하구 접촉(-_-)할라믄 허가 받아야 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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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December 17th,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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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껏 본 강풀의 만화중 가장 폭력적이고, 자극적이고, 직설적이고, 데까당스하고, 노골적이고,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그래서 가장 멋있는 장면.

9 Responses to “강풀”

  1. 체리필터 Says:

    헐…….

    나도 저런사람이랑 만나고싶어…_-_ㅋ

  2. 차차 Says:

    저러믄 모하냥? 나중에 배신할게 뻔한데 모!!!

  3. 김형석 Says:

    “어차피 죽을 건데 왜 사니?” 라는 말하는 것과 뭐가 틀리오.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고… 그러면서 늙어가는게지. 어차피 만남은 헤어짐을 전제로 하는건데…. 제길, 이러니 꼭 인생을 통달한 것 같군…:-(
    그나저나 저 “숙”이가 “하경이”를 배신할 지 어떨지 진짜 궁금하긴 하오…ㅡ,.ㅡ

  4. 차차 Says:

    숙이는 누구고 하경이는 누구에여? 하경이는 내 초등학교 동창이랑 이름 똑같다 ㅋ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지고….그게 말이 쉽죠..-_-ㅋ…누굴 새로 만나는게 이젠 두렵군요…ㅎ_ㅎ

  5. 머무르기 Says:

    두려울것 까지야… ㅋ

  6. 차차 Says:

    누군가를 정말 좋아하는데 헤어진다는게…말처럼 쉽지 않아요 ..그래서 또다른 누군가를 만나서 다시 사랑하는것에 두려움을 느끼는건…당연한듯…

  7. 김형석 Says:

    힘든 시기가 있겠지요. 참 신기한게, 지나고 보면 추억이라고까지 미화되고는 하지만 고통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은 모든 고통과 인내를 혼자 감수해야 하는… 부디 좋은 사람 찾으시길…

  8. 김형석 Says:

    그리고 숙은 저 욕을 하고 있는 사내놈이고 하경이는 저 놈이 좋아하는 여자랍니다. 다음넷에서 인기리에 연재중인 ‘만화속 세상’, 강풀의 순정만화입니다. 뭔가 애틋함이 있어서 저는 정기구독하고 있습니다… -ㅁ-ㅋ

  9. 차차 Says:

    아항 글쿠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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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December 16th, 2003

용의 비늘을 모두 세어 보기 전에는 용에 대항하여 소리내기를 삼가듯, 세계의 불행 앞에서 우리의 침묵을 그렇게도 쉽게 정당화해주는 그 알량한 과학적 엄정성으로 얼굴을 가리지 맙시다! 아무 편도 들지 않는다는 입장 표명은 언제나 가장 이빨 강한 자들에 이득이 되지요. 또 진지한 겉모습을 천처럼 두르고 다니는 조심성 많은 자들, ‘짐승’앞에서 입을 다물거나 짐짓 못 본 체하는 현자들과 신중한 자들, 이들 또한 그 짐승을 쓰다듬는 자들만큼 잘못이 있습니다. – 앙리 프레데릭 블랑 ‘잠의 제국’ 中

며칠동안 프랑스 소설에 푹 빠져 살았다. 식탁에서, 차안에서, 화장실에서 프랑스 소설은 온전히 내 삶의 방식을 지배했고 나는 몽유병 걸린 환자처럼 그 사이를 유랑했다. 프랑스 소설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대개 그 문장의 난해함, 특이한 것에 대한 집착을 끔찍히 생각하지만, 나에게는 그 몽롱함과 현학이 기분좋게만 들린다. 로맹 가리, 브뤼크네르, 블랑 또 몇몇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자꾸만, 자꾸만 활력이 솟아난다. 아련한 옛 생각과 함께 그 옛날의 기분까지 살아 오는 듯하다.

1일 1영화보기 운동에 매진하던 때처럼 2주일간 거의 10권의 책을 읽었다. 전부 프랑스 소설이다.(퍼시캉프의 경우는 잘 모르겠다.) 이제는 또 다른 살(生) 꺼리를 찾아봐야겠다.

One Response to “해방”

  1. 머무르기 Says:

    퍼시 캉프는 아마 영국인일 겁니다. 하지만 유럽쪽의 사람들이 대개 그러하듯 영어와 불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고, 소설도 아마 불어로 출판해서 프랑스 소설이라 하는 걸 겁니다. 그의 소설은 한 권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엠므씨의 향수, 맞죠? 어느 신문에선가 읽은 기억이 나네요. 그 사람 직업이 정치 컨설턴트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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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가 가사란게….

December 16th, 2003

지난 시간 내곁에서 머물러 행복했던 시간들이
고맙다고 다시 또 살게 되도 당신을 만나겠다고
아, 그말해야할텐데 떠나는 그대라도 편하게 보내줘야 할텐데
눈을감아 지워질수 있다면 잠이들면 그만인데
보고플땐 어떻해야하는지 오는밤이 두려워져
아,그댈 보낼 오늘이 수월할수 있도록 미운기억을 주지 그랬어
하루만 오늘 더하루만 준비할수있도록
시간을 내게줘 안돼 지금은 이대로 떠나는널
그냥볼수는없어 차라리날 기다리라 말을해
아무것도 미안해하지마 아무것도걱정하지말고
난괜찮아그대로 사는동안 함께 나눈 추억이 있잖아 너에게 감사할께
영원토록 바라볼수있게

가끔 가슴을 후벼 팔 때가 있다. 얄밉게도… 게다가 이제는 유행도 꽤 지난 노래를 틀어주는 운전사 아저씨는 또 뭐냐? ㅡ,.ㅡ

5 Responses to “유행가 가사란게….”

  1. 차차 Says:

    …….ㅠ_ㅜ 얄밉다…

  2. 체리필터 Says:

    일기장 보기 힘들군…-_-ㅋ

  3. 김형석 Says:

    체리/ 미안.

  4. 김형석 Says:

    차차/ 운전사 아저씨가? 아님 미운 기억을 주지 않은 사람이?

    한사람은 상채기를 내고, 또 다른 사람은 그 위에 소금을 뿌리는 절묘한 콤보플레이!!!

  5. 차차 Says:

    운전사 아쟈띠…….-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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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닉

December 15th,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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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에게 용기를 주는 것은 복화술이다. 그는 적어도 진실(-_-;)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남자의 속마음에 야유를 보내지 말고, 그의 기술을 우러러보자.

3 Responses to “테크닉”

  1. eouia Says:

    헛. EOUIA를 만화에서 부르고 있습니다!!

  2. 김형석 Says:

    ^^;
    안 그래도 그 표정과 대사가 너무 압권입니다.

  3. 머무르기 Says:

    이 만화를 보고 기술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아마 마음이 굉장히 여린 사람이거나, 현재 어떤 곤란한 혹은 심란한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 분명할 듯.
    뭔 일 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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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두통이 하루종일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마치 장난꾸러기 난장이 몇 놈이 머리속을 온통 헤집고 다니는 듯 전후좌우뒷골 가리지 않고 계속 쑤셔댔다.

진우형 둘째아이 돌잔치에 갔다가, 얼마 남지 않은 연말을 핑계로 조촐한 망년회라도 하자고 편집실 사람들과 감자탕을 먹으러 갔다. (후배녀석 둘이 먼저 가버리는 바람에 나는 졸지에 또 막내 신세였다. 세상에…! 93학번이면 어디가도 꿀리지 않는 학번이란 말이닷!!! 줴길슨…) 너무나도 오랫만에 먹는 소주라 그런지 달짝지근 하기는 한데 몇몇 사람들은 일찍 일어나고 – 모두 부부들이었다. 부부들의 행동양식은 참으로 경이롭다 – 또 결정적으로 감자탕의 맛이 형편없었기에 자리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아마 거기서 끝내고 집으로 갔다면 아쉬움은 남았어도 두통은 없었을텐데, 다행히도(?) 종문이형이 유혹의 손길을 덮쳐버렸다. 자기집에 좋은 술이 있다고… 오호, 통재라. 오스카식으로 말하자면 ‘나는 유혹이외에는 모든것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결국 남수형, 재훈이 끌고 종문이 형 집에 가서 형수와 새벽녘까지 술을 마시고 언제인지 모르지만 옷도 차곡차곡 개켜놓고는 잠이 들었나부다.

아침은 지독한 두통(a splitting headache)과 함께 시작되었다. 술을 좀 마시긴 했어도 도무지 그 두통을 설명할 수 없었다. 게다가 소주, 맥주를 섞어 먹기는 했지만 뒤끝없다는 양주로 마무리를 하지 않았던가. 풀리지 않을 듯한 이 미스테리는 그러나 어쩌면 아주 합당한 원인에 따른 결과일 뿐이었다.

“형, 나 왜 이렇게 머리가 아파요?”
“야, 어제 시바스 리갈 먹었자너… ㅡ,.ㅡ”
“에이, 네명이서 한병 먹은 건데요. 그걸 저 혼자 다 먹었나요, 머.”
“그래. 너 혼자 다 먹었어. 주석잔에 따라서… 미친늠인줄 알아따…ㅋ”

씨바, 그랬구나 그래서 머리가 아픈 거구나.

One Response to “두통(頭痛) – a splitting headache”

  1. 바붕이 Says:

    헐….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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