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만에 찾아온 손님이지만…
December 3rd, 2003
쿨럭… -ㅇ-ㅋ
그나저나 담배라도 좀 줄여야 편안하게 머물다 갈것을 알면서도, 좀처럼 담배를 줄이지 못하는 이 안타까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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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
December 1st, 2003
당나귀에서 10시간을 넘게 고생하며 다운 받은 영화가 전혀 다른 영화일때 느끼는 그 허탈함과 망연자실한 심정이 고스란이 되살아난 기분이다. 쿠로사와의 도플갱어인 줄로만 알고 받은 영화가 애비 내셔의 1993년작 도플갱어였던 것이다.
다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그래도 일단 배리모어가 나오고, 또 무삭제(uncut)라는 말이 주는 그 묘한 기대감에 현혹되어 결국 끝까지 보고야 말았다. 지금에야 드는 생각이지만 도대체 무슨 장면을 삭제한 것인지 정말정말 궁금하다. 아마 줄거리에 도움이 안된다고, 혹은 지루하다는 이유로 짤랐으면 짤랐지, 잔인하다거나 음란하다는 이유는 분명 아닐 것이다. 내가 기대한 건 후자인데… -ㅁ-..
영화는 뒤죽박죽이다. 공포영화의 분위기로 시작해서 범죄 스릴러로 가는 듯 하더니 갑자기 에이리언삘이 난다. 그렇다고는해도 타란티노같은 쟝르의 반전은 없다. 영화는 계속 3류 공포영화분위기 그 자체다. 그 무성의하게 제작된 소품과 분장도구, 괴물의 모습에서 정말이지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다. 이거 애초에 저급 싸구려냄새를 풍기기위한 장치가 아니라는데 만삼천원 건다. 가만, 그게 3류 공포영환가? 그럼 다이(die)…
누군가 보려고 한다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은 기분이다. 이런 영화 흔치 않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imdb.com에서 관람자들의 코멘트는 썩 나쁜 편이 아니다. my favorite movie 라고 적어놓은 사람도 있다. Favorite 이라니! 음악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고… 분명 독특한 감수성의 소유자들임에 분명하다. 가장 인상적인 코멘트 It’s a crying shame that this movie is not available on dvd. Go out and buy this one, it is a must for any movie lovers.
어쨋든 배리모어는 예쁘다. 그뿐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읽어볼 것.
November 30th, 2003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 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이런 시대에 있어서 모든 것은 새로우면서도 친숙하며, 또 모험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결국은 자신의 소유로 되는 것이다 – 게오르크 루카치
‘소설의 이론’ 첫머리에 나오는 이 귀절은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웬만큼은 알고 있을법한 유명한 귀절이다. 소설과 전혀 상관 없는것 같은 이야기지만 사실 책 전체의 주제를 가장 함축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한 명문이다.
아마 1993년의 어느 술자리로 기억되는데, 정덕이형으로부터 이 책을 받았다. 이미 술이 얼큰하게 취했던 형은 가방에서 몇권을 책을 꺼내 한권 고르라고 했고, 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 책을 골랐었다. 다른 책들은 기억이 안나는데 엘리어트의 ‘황무지’는 기억이 난다. 신기하게도. 이 책은 종호형이 가져간것 같다.
당시만 해도 이미 한 물 건너간 분위기였지만 어쨋든 루카치는 문학이론가로서가 아니라 사회주의 이론가로 더욱 각광받았었고, – 물론 루카치는 매우 독실한(?) 마르크스주의자이다. – 실천적 필요성이라고 해야할까, 그 비슷한 이유로 많이 읽혀지고 있었다. 역사와 계급의식 같은 책도 꼭 읽어야할 책중 하나였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그랬던 것은 아니다. 아니 적어도 나에게는 그 실천적 필요성이 절박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이책을 완독한것은 한 참 후의 일이다. 누구나 한두 권쯤 그런 책이 있을 텐데 이 책도 한참동안을 앞부분만 새까만 책으로 남아있었다. 군대에서 벗어나 잠시 유유자적하던 시기에 비로소 그 마지막 장을 넘겼다. 하지만 군대에서 이미 굳어버린 머리로 완벽한 이해를 바라는 것은 무리였고 결국 한참 나중에 다시 또 읽었다.
11월의 마지막 날, 후배 결혼식에 참석도 못하고 밤하늘을 보며 걸어오다가 문득 루카치 생각이 났다. 우울한 날에…
참고링크 :
http://www.othervoices.org/blevee/lukacs.html
http://www.kungr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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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헛살았군…
November 29th, 2003
멀리 가래비에 장이 선다는 소식을 어디서 들으셨는지 갑작스런 어머님의 성화에 동생이랑 팔자에도 없는 장구경을 가게 되었다. 구경이라기 보다는 사실 어머님이 꼭 사야 할게 있어서 우리 둘은 들러리 겸 머리도 식힐겸 따라나선 것이지만… 또 그 먼길을 당신 혼자 버스타고 다녀오시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대충 옷을 차려입고 차를 몰고 나오면서 기름을 넣으려는데 바로 집앞 주유소에 내부수리중이라는 안내판과 함께 출입구가 막혀있는 것이다. 집에서 가깝고, 무엇보다 시내로 나가는 방향이기 때문에 거의 이 주유소를 이용하는데 엊그제만 해도 별 이야기 없더니만 수리중이라니, 아니 수리중이라도 그렇지 뭐하러 출입구 까지 막고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동생하고 조잘대는데 어머님의 한 마디. ‘수리중은 무슨, 단속 맞아서 영업정지 먹은거지. 양을 적게 줬거나, 다른거 타서 정지먹은 거야. 앞으로 여기는 다니지 말아야 겠다’
일순간 동생하고 멍~ 하니 있다가, 맞어 그럴거야. 내부수리하는데 출입구를 막을 이유가 없지, 먼 잘못을 했길래 정지를 먹었을까? 왜 그런 생각은 꿈도 못꿨을까? 나의 통찰력은 결국 현상적인 것에만 머물러 있는 것인가? 세상 헛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 세상을 착하고 순진하게 살아온 것도 아닌데…
그 먼 길을 달려 장에서 사온것은 콩, 팥, 수수등 잡곡. 굳이 그 멀리까지 가지 않았도 살수있지만 시장에서 사는건 싸긴 한데 모두 중국산이라 맛이 없으시단다. 여기는 정말 집에서 기른거 내다 파는거라 좀 비싸긴 해도 훨씬 맛있다고, 물에 담궈놓으면 색깔부터 틀리고, 밥을 해놓으면 윤기가 난다는 어머님 말씀. 덕분에 계속 맛있는 밥 먹을 수 있겠군. 좋다. 어쨋든 지금까지 세상 헛살았으니 참으로 난감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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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10분
November 28th, 2003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요즘이다. 이유는 가지각색, 술을 먹는 모습도 각양각색, 그렇지만 모두 나름대로 힘든 것이 있을 것이다. 요즘같은 세상에 누군들 마음이 편안할 수 있겠는가?
술을 먹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던 어린 시절에는 결국 모든 일상의 종착지는 술일수 밖에 없었다. 명확한 결론도 필요치 않고, 단지 일시적인 위로와 자기만족이 가능하고, 게다가 습관성 기억상실증은 얼마나 편리한 도피의 수단이었던가?
혼자 먹을 수 있는 술은 소주 두병이 딱 한계다. 입을 꾹 다물고 혼자서 술만 홀짝거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아는 사람은 안다. 아는 사람만 안다. 말못하는 고양이 인형을 옆에 두고 이것저것 지껄이면서 술을 먹고 싶지만, 그것 참, 무슨 짓이랴? 나에게나, 고양이에게나 못할 짓이다.
꼭 술을 많이 먹어야 제맛은 아니라고 위로하면서, 쓸쓸하게 TV를 보면서 계속 먹는다. 외로워할 지언정, 부러워하지 않는다 -솔로부대 행동강령 16호. 하긴 지금 시간을 생각해보면… 제길슨. 36.5도의 생체난로는 필요치 않다. 우리는 무적의 솔로부대다.
그렇다. 벌써 나는 많은 술은 먹은 것이다. 짐작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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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 Says:
November 29th, 2003 at 2003-11-29 | pm 01:16우헤헹~~나두 혼자 술마신적 있눈뎁 ;;;;정말 정말 괴로웠을때 ㅡ,.ㅡ;;근데 마시구 나서 더 괴로워 졌다는….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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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카시와 클림트
November 26th, 2003
야마카시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사람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그림이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에게는 어딘지 익숙할 지도 모르겠다. 영화 후반부에 야마카시들이 훔치는 그림이 바로 이 그림이다. 맞나? -_-)//
형사가 묘한 시선으로 주인여자와 번갈아 가며 바라보던 바로 그 그림. 구스타프 클림트의 ‘금붕어(GoldFish)’다. 참으로 먹음직(?) 스럽지 않은가? 여자의 저 묘한 눈초리를 보라. 사실,… 내 스타일은 아니다. ㅡ,.ㅡ 이런 관능적인 그림을 보고 욕정을 억누르것이 가능한지 반문하고 싶었던 것일까? 동시대의 주류에서 비껴나와 파격적인 소재와 자유로운 화풍으로 엄청난 관능을 창조해낸 클림트는 그러나 바로 그때문에 나찌에 의해 작품이 불살라지기도 하는 불운을 겪었다.
암튼 야마카시에서 클림트의 그림을 보고 불현듯 머리속에서 떠오른 건 영화도 그림도 아니라 군대시절에 읽었던 한권의 책이다. 더불어 당시의 고단한 일상도… 엄청 꼬인 군번덕에 상병이 되고도 쉽사리 책을 읽을 수 없었던 그때, 제목은 기억이 안나지만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이 삽화로 들어가고 주인공이 클림트를 아주 좋아하는 소설책을 읽었다. 이제는 내용도 가물가물하고 줄거리도 잘 모르지만 클림트에 대한 인상이 강했던지 아직까지 기억이 난다. 아마 일기장 뒤져보면 나올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소설에서 기억나는 부분이 하나 있다면 주인공의 친구가 마약을 들여오기 위해 마약을 집어넣은 콘돔을 30개인가 먹고 공항을 통과하다 배속에서 콘돔이 터지는 바람에 죽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는 것이다. 곳곳에서 주인공의 입을 빌려서 혹은 작가가 직접 클림트의 그림과 인생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참 관능적이었다고 할까? 물론 줄거리도 아주 관능적이었다. – 남자만 있는, 여자라고는 몇달에 한번씩 구경하는 곳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그 관능이 얼마나 뇌리에 쏙쏙 박혔을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 고단했던 군대시절을 생각나게 했으므로 야마카시는 무효! 게다가 풍자는 너무 노골적이라 와닿지 않고, 줄거리도 너무 직선적이다. 오직 위안을 삼을 볼거리는 그 무시무시한 점핑과 스파이더맨을 능가하는 빌딩타기. 카메라를 잘 잡아서인지 빌딩을 오르는 모습은 아주 생동감있고 멋있다.
One Response to “야마카시와 클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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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 Says:
November 27th, 2003 at 2003-11-27 | am 02:34오~~클림트…나는 아니구..내 친구가 푹~~빠져있는 화가인뎅….클림트 그림을 보고있으면 왠지 모르게 빠져드는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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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는 길
November 24th, 2003
수유리에서 버스를 타면 보통 집까지 한 50분 걸리는데 요즘은 1시간에다 20분은 더 걸린다. 곳곳에서 길을 막고 벌이고 있는 공사 때문이다. 녹슨 수도관을 교체하고, 가스관을 수리한다는데 사실 그 말대로라면야 약간의 불편이 있어도 감수할 수 있겠지만 그 속속을 알고 있으니 열만 뻗치다. 이런 모습 보기 싫으면 지하철을 이용할 수도 있는데, 왠지 아침에는 지하철을 타기가 싫다. 버스를 타고 비스듬히 비치는 햇빛을 안고 가는 것도 나름대로 맛이 있다.
공사하는 길거리를 지나가면서 ‘올해도 다 갔구나’ 하고 느끼는 건 참 우울한 일이다. 연말에 공사를 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일처리가 우울하고, 덧없이 올 한해를 보내는 내 신세가 우울하고, 서른을 훌쩍 넘어버릴 나이 때문에도 우울하다. 적어도 내년 7월까지는 29이라고 우길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을리 만무하다. 이레저레 우울한 날에 보사노바나 들어볼까?
4 Responses to “집에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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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 Says:
November 25th, 2003 at 2003-11-25 | pm 02:37뉴응…난 지하철 타구 싶어두 못타는뎁..광주엔 지하철이 없어요옹~~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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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Says:
November 26th, 2003 at 2003-11-26 | pm 08:09그러시오? 안타깝소. 올해는 다 지나갔으니 좀 무리고, 내년쯤에 꼭 지하철 하나 놔드리리다. 그때까진 타고 싶어도 좀 참으시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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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 Says:
November 27th, 2003 at 2003-11-27 | am 02:31-0-;;;;;;컥~기대하구 있을께용~~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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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르기 Says:
November 27th, 2003 at 2003-11-27 | am 03:35커억.. 머하는 분위기랴 -_-;;;;
December 3rd, 2003 at 2003-12-03 | pm 08:55
최신 독감 조심
감기는 정말 싫다… 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