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야기

November 1st, 2003

친구가 한 놈 있다.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선생님이 되고 싶다며 다시 고대 사회교육과로 편입해서 임용고시 두번인가 떨어진 놈이다. 그런데 작년인가 불평등한 가산점때문에 떨어졌다고 불합리한 법이니 뭐니 떠들더니 카페를 만들어 같은 문제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모아 가산점 문제를 가지고 소송을 걸었다.
사실 그후에 그 소식은 별로 듣지 못했는데 며칠 전 이놈아 딸, 이랑이 돌잔치에 즈음하여 다음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인천=연합뉴스) 김창선 기자 = 전국의 각 시.도 교육청이 교원 임용시험에서 해당지역 사범대 출신자에게 부여하는 가산점제가 부당한 차별이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인천지법 행정부(재판장 권순일 부장판사)는 29일 권모(30)씨가 인천의 사범대출신자에게 준 가산점 때문에 임용시험에서 불합격했다며 인천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불합격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원임용시험에 적용한 지역 가산점제도는 헌법에 규정된 평등권과 공직에 임명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고 능력주의와 기회 균등의 원칙을 선언한 교육공무원법에도 위배되는 만큼 교육청은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라”고 밝혔다.
또 “이 제도는 다른 지역 출신자가 교육공무원으로 채용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로 가산점 범위 내 점수차로 불합격된 시험 응시자들이 유사한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여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 소재 K대 사범대를 졸업한 권씨는 인천시교육청이 지난해 12월 실시한 2003학년도 공립중등학교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의 공통사회 교과에 응시해 최저 점수(133점) 합격자보다 1.33점이 낮아 불합격되자 소송을 냈었다.
가산점제는 지난 91년부터 지방 사범대 육성 등을 위해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해 서울 경기 부산 광주 등의 지자체는 지역 소재 사범대 출신자에게 5점, 충북은 3점, 경북 2.5점, 인천 울산 각 2점의 가산점을 줬다.

changsun@yna.co.kr

인천교육청에서 다시 항소할 것이라고 하니 역시 세상일이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은것 같다.
그러나 잘못된 것이 있으면 분노하고,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녀석의 모습이 보기에 좋다.

One Response to “친구 이야기”

  1. 머무르기 Says:

    권모씨의 딸이라면 권이랑인가요? 이름이 참 특이하네…^^; 아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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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철

October 31st, 2003

음악 좀 들었다 하는 사람들은 신중현의 아들이자 시나위의 리드기타리스트인 사람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아쉽게도 이 분은 그쪽과는 거리가 좀 있다. 앞머리가 듬성하고 깡마른 체구에 잔잔한 목소리 그리고 항상 교실 뒤편 천장과 벽이 맞닿은 자리를 향하는 시선, 학창 시절 내게 시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다.

뜬금없게도 오늘에야 선생님이 제 4회 백석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게다가 2000년도에 발간된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를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했다는 우울한 사실도.
학교 다닐때만 해도 절필이니 뭐니 우리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할 정도로 문단활동과는 거리를 두는, 초연한 시작(詩作) 태도를 고수하신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선생님이 문학상을 수상하신 사실을 알았을때 처음에는 다시 글을 쓰시게 된 동기가 궁금했고, 다음에는 ‘역시 선생님이군’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두편의 시집밖에 상재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내가 알기로 시를 많이 읽는 사람들이나 평단에서 선생님의 평가는 대단히 우호적이다. 그리고 내게는 시를 암기의 대상이나 문제풀기식 뜻풀이에서 벗어나 시 자체로 볼 수 있도록 해 주셨던 고마우신 분이다.

언젠가 서점 갈 일이 생기면 선생님의 시집 두 편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무인도를 위하여’(1977)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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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를 위하여

바닷물이 스르르 흘러 들어와
나를 몇 개의 섬으로 만든다.
가라앉혀라,
내게 와 죄 짓지 않고 마을을 이룬 자들도
이유없이 뿔뿔이 떠나가거든
시커먼 삼각파도를 치고
수평선 하나 걸리지 않게 흘러가거라,
흘러가거라, 모든 섬에서
막배가 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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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October 29th, 2003

내가 요즘 이래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도종환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우리 비록 개울처럼 어우러져 흐르다
뿔뿔이 흩어졌어도
우리 비록 돌처럼 여기 저기 버려져
말없이 살고 있어도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없으나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당신을 생각합니다

3 Responses to “NOW”

  1. 바붕이 Says:

    멋진글이구료…..

    근데 요즘 어떻소 살만하오? 몇일 연락안햇더니 궁금하구료…햏햏

  2. 김형석 Says:

    좆타가도 좆치안소…

  3. 차차 Says:

    뉴응…왠지 와닿는 글이당…..ㅠ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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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애가 이지메를 당하다 못해 학교에 총질을 했더니
걔넨 마릴린 탓으로 돌리대? (마릴린 탓을)…
When a dude’s gettin bullied and shoots up his school
And they blame it on Marilyn (on Marilyn)..
– 에미넴(Eminem)의 ‘The Way I Am’ 중에서

“콜럼바인 사태가 일어난 날 미국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폭탄을 코소보에 투하한 걸 아는가? 내가 대통령보다 영향력이 큰가?”
– 마이클 무어의 ‘Bowling for Columbine’중에서 맨슨의 인터뷰

10월4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은 미국 록그룹 ‘메릴린 맨슨’의 공연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거침없는 욕설과 파격적 성 묘사 등 악마주의적 무대 매너로 유명한 맨슨이 한 여성 댄서의 속옷 안에 마이크를 넣고 신음 소리를 흘리자 5000여명의 관객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중략)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으로 공연장을 찾은 한 회사원은 “메릴린 맨슨의 음악은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며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결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음악을 즐기다 보면 또 다른 내가 된 듯한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 NAVER N매거진 ‘미쳤냐구? 금지된 장난 재밌잖아’ 중에서

‘플래시 몹(flash mob)’ : 인터넷에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을 뜻하는 말인 ‘플래시 크라우드(flash crowd)’와 참여군중 ‘스마트 모브(smart mob)’가 결합된 신조어. 우리말로는 꼭 맞게 옮길 만한 단어가 없지만, 굳이 풀어서 말한다면 ‘집단 이상행동’ 정도.

“외계인이다!”
“외계인이 출현했다!”
지난 주말인 20일 저녁 7시,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외계인의 출현’을 알리는 한 무리의 외침이 울려퍼졌다. 20∼30명의 이 무리들은 그렇게 일제히 하늘을 가르켜 소리를 지르더니, 또 갑자기 풀썩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동시에 이들이 손에 쥔 핸드폰에서는 알람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그 뒤 2분여가 지났을까, 바닥에 몸을 붙인채 꼼짝하지 않던 이 ‘시체’들은 박수를 치며 벌떡 일어섰고 이어 환호성을 질렀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이들은 군중 속으로 뿔뿔이 흩어져 사라졌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바보’가 된 건 오히려 이들을 구경하던 군중들이었다. 갑자기 외계인 출현을 외치며 바닥에 쓰러진 ‘연기자’들을 둘러싼 100여명의 군중들은 진짜 ‘UFO’가 나타나기라도 했는지 하늘을 쳐다보았고, 이내 속았다는 판단 뒤엔 웅성웅성, 다음과 같은 반응들을 쏟아냈다.
“뭐하는 거야.”
“멋있다.”
“일어나세요.”
“짱이다.”
– OhMyNews “의미 담지 말것”… 명동서 벌어진 ‘시체놀이’ 중에서


맨슨이나 플래쉬 몹이 주는 쾌락의 근저에는 일탈이라는 공통의 코드가 존재한다.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과 그 이면에 자리잡은 자본주의 사회의 시스템을 탈출하고 싶은 욕구가 ‘일탈’이라는 집단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들은 단지 Just for fun을 위해서 어떠한 의도와 지향도 존재하지 않는 행동에 참여하고,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집단의 권력안에서 행하고 만끽하며 해방감을 느낀다. 물론 플래쉬 몹과 맨슨의 공연이 같다고는 할 수 없다. 맨슨의 경우는 차라리 에쵸티에 열광하는 10대의 그것과 닮은 점이 더 많아 보이기는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파격과 비 상식적인 행위, 그리고 그속에서 해방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모습을 단순히 팬덤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면이 있다. 암튼 맨슨의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의도하는 바도 없고 지향하는 목표도 없고 어떠한 사상의 지배를 받지 않는 집단행동의 극단적인 형태인 플래쉬 몹, 그 내면을 잘 들여다보면 이것이 파시즘의 행동양식과 매우 근접한 상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헤게모니를 장악한 소수에 의해 만들어진 다수가 동원되는 양식. 다수에게는 어떠한 정치적인 신념을 찾아볼 수는 없으나 집단이 가질 수 있는 거대한 힘을 이미 체험해버린 상태. 이성적인 판단이나 문제제기는 금기시 되어버리고 집단적인 환각상태에서 개인의 존엄보다 집단의 존립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버린 상태는 파시즘이 보여준 일련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행해지는 플래쉬 몹등의 일탈행위들이 파시즘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수 있다. 어쩌면 새로운 문제제기와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속에서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즐거운 레져, 혹은 특이한 취미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개인의 힘은 계속 미약해 질 것이고 사회구조는 더욱 견고해져 결국 패배주의에 빠져버린 채 집단의 힘에 의존하는 많은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다. 정치적으로 각성되는 않은 집단은 파시즘이 기생하기 좋은 숙주일 뿐이다.

어쨋거나 집단의 힘을 애용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는 사실은 두려운 일이다.

길지도 않은 글이건만, 말빨도 예전같지 않고 어휘의 선택이 느므느므 힘들구나. 에혀…~~

3 Responses to “마릴린 맨슨, 플래시 몹 그리고 파시즘.”

  1. 김형석 Says: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

  2. 머무르기 Says:

    글에서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실체를 모를 두려움은 허공의 메아리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_-)/

  3. 김형석 Says:

    나이 먹으면 둔해지는게 당연지사. 모난 돌이 정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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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

October 27th,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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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그림.

8 Responses to “Sig”

  1. 차차 Says:

    앗 다모임이다~!!! ㅋ 다모임 아바타~

  2. 김형석 Says:

    그렇소? @.@ 난 사이월드인줄로만 알았소.. 저런게 욜라 유행인가 보오.

  3. 차차 Says:

    싸이월드랑 다모임이랑 아바타 똑가타영~ =0=ㅋ

    우히~

  4. 김형석 Says:

    그렇소? 암튼 고맙소, 차차햏… 시간나면 대추차 한잔 대접하리다. -_-ㅋ

  5. 머무르기 Says: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도대체 뭐가 고맙다는 것인지… 쿨럭… ㅜ.-ㅋ

  6. 차차 Says:

    -_-;;;모가 고마우신지…;;;;;;;;;;;

  7. 김형석 Says:

    허허, 왜 이리들 각박하게 사는 것인지… 굳이 그렇게 뭐가 고마운지 따지면서 사셔야겠소?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매우 요상해서 아주 사소한 것에도 동(動)할 수 있는 법이오. 코멘트를 적을 당시의 내 마음의 궤적을 추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나 당시의 심적상태를 고스란히 설명하는 것은 마치 아프리카인에게 눈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만큼 어렵지 않나 싶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가 고마운지 궁금하다면, 다음에 기회 봐서… -_-)y-o00

  8. 차차 Says:

    -0-;;;;;;;;;;ㅇ ㅏ 예옙~!! 그런 심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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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스 – 관계

October 25th, 2003

뭐라고 제발 말좀해 봐요 왜 내게 미안한건지
어제까지도 날 품에 안고서 사랑을 속삭였잖아
사랑의 눈을 뜨게 해놓고 이별을 가르쳐준 너
영원하기를 바랬는데 그대를 믿은 내가 바보였어

뜨거웠던 우리 사랑이 부질없는 짓이었었나
내가 사랑했던 그대가 날 아프게 하네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나를 한번 안아주세요
너의 뜨거운 눈빛 너의 떨리는 손길 깊이 간직할거야

사랑이 정말 이런거라면 다시는 하지 않겠어
사랑하는데 왜 헤어져 솔직히 이해할 수가 없어요
뜨거웠던 우리 사랑이 부질없는 짓이었었나
내가 사랑했던 그대가 날 아프게 하네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나를 한번 안아주세요
너의 뜨거운 눈빛 너의 떨리는 손길 깊이 간직할거야
날 여자로 만들어 준 너 그댈 정말 사랑했어요
아마 누굴 만나서 그와 사랑할때도 니가 그리울거야

이렇게 밤이 내리는 날에 그대가 너무 그리워

One Response to “왁스 – 관계”

  1. 차차 Says:

    가사가 넘 슬푸당…..ㅠ_ㅜ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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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목 플라스크

October 24th,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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