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장본을 혐오한다.

July 26th, 2005

퇴근길에 서점에 들렀다. 얼마전 구입했던 ‘폭력과 상스러움’을 다 읽었기에 다른 subway book이 필요해졌기 때문인데, 이리저리 가판을 둘러보니 인기코너, 베스트셀러코너에 익숙한 제목들이 눈에 띈다. 읽은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고… 대충 나온지는 10여년 안쪽의 책들인데 하나같이 양장본이다. 호화로운 표지와 그에 걸맞는 가격. 집에 있는 책과 한번 가격을 비교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정말이지 비싸다. 내가 양장본을 싫어하는 이유는, 사실 초라하지만 오로지 그 가격때문이다. 구차하면서도 구차하지 않은 이유들도 있지만, 이게 좀더 현실적이다.

무라카미 류의 양장본들을 무심히 뒤적거리다 코인로커베이비스가 떠올라 카운터에 문의했더니 들어와 있는 책이 없다 한다. 그러면서 바로 인터넷교보문고에 접속을 하더니 책을 검색한다. 검색 결과가 화면에 뜨는동안 이야기해주기를, 예전에 절판되었다가 두 출판사에게 같이 나왔는데 한쪽에서 판권을 주장하는 통에 더 가격이 싼 출판사의 책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한다. 잠시후 검색 결과를 보더니만 다행히 재고가 있어 주문하면 내일이나 모레 들어올 것 같다고 덧붙인다. 뒤에서 스윽 보면서 나름대로 직원분에게 카운터를 날리는 마음으로 ‘아, 그럼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되겠네요.’ 회심의 일격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직원분, 충격은 받지 않고 귀찮은 일 덜었다는 듯이 밝은 목소리로 ‘네~ 그러세요.’ 한다. 싼책으로 주문했다.

코인로커 베이비스 – 무라카미 류
보르헤스 전집 1 : 불한당들의 세계사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보르헤스 전집 4 : 칼잡이들의 이야기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멋진 신세계 – 올더스 헉슬리

무료 배송을 위해 헉슬리를 끼워넣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예전에 잃어버린 후로 가끔 생각나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보르헤스는 군대시절 새벽 근무를 끝내고 몰래 읽었던 고참의 책이다. 재미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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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July 24th, 2005

samsoon

삼순이 인기가 보통은 아니었나보다. 블로그 몇군데 돌아다녀보니 한집건너 이 그림을 걸어놓았다. 류시화, 가슴을 후비는 게 무엇인지 포착하는 재주가 보통이 아니다. 글도 잘쓰긴 하지만 좀 말랑말랑한 느낌. 하지만 그 감성이 때로는 너무 부러울 때가 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中

오늘은 많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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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ction

July 24th, 2005

현실에서 막무가내인 사람이 온라인이라고 다를 바 없다.
나의 Auction Life를 중단시켰던 그 사건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라 버렸다. 큰 기대도 없고, 미련도 없다. 부디 날도 더운데 더 열받는 일은 없기를 바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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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

July 23rd, 2005

대체적으로 나는 공공의 이익이라는 단어를 신뢰하지 않는다. 공공의 이익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소수의 피해자가 존재한다. 엄밀히 말해 공공의 이익이란 그 소수를 제물로 쌓아올린 바벨탑에 불과하다. 도달할 수 없는 正義를 위한 끊없는 피해자의 생산. 피해자를 차치하고서라도 그 단어는 너무 정치적이다. 애초에 가치중립이라는 것이 불가능한 우리 사회에서는 누가 사용하더라도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조선일보의 깡패짓도 역시 공공의 이익, 국민의 알 권리를 목놓아 외치고 있지 않은가? 물론 나는 이를 동음이의어라고 이해하고 있긴 하지만…-_-;;

그런 면에서 볼때 이번 사건은 그 엄청난 파장을 감안하더라도 개인적으로는 좀 찜찜하다. 도청은 불법이지만, 도청된 테이프를 입수하는 과정은 합법적이다? 이런 논리가 국민의 알 권리라는 외피를 쓰고 정당화될 수 있을까? 이리저리 떠오르는 생각은 많은데, 도무지 정리가 안된다. 아, 제길…. 머리 아픈 일은 질색이다. 깜빡할 뻔 했네, 난 이미 탈색된 인간인데….

어쨋건 자기가 만든 덫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꼴이다. 이런것을 부르는 전문용어가 있다. “쌤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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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

July 22nd, 2005

얼마전 들여온 수국이 끝내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밖으로 이사했다. 자욱한 담배연기, 모니터에서 사정없이 뿜어나오는 전자파, 지독하게 뿌려대는 모기약, 결정적으로 한 늙어버린 청년의 체취에 잎사귀들은 아래쪽부터 서서히 시들어갔고 가지는 앙상해졌다. 더 이상 방치해두었다가는 뿌리까지 상해 죽어버릴것 같은 예감에 바로 ‘기적의 정원술사’ 어머니에게 수국의 회생을 부탁했다. 내가 가져간 수국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어머니는 뭐, 죽지는 않을꺼라시며 정원 한 구석에 조용히 치워두신다. 예의 ‘담배를 얼마나 피워댔으면…’ 원망스런 질타와 함께. 나는 수국의 나약함과, 그 수국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내 방의 저주스러운 상황들을, 그리고 거기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자그마한 비중을 설명하려다가 그냥 돌아섰다. 어쨋건 수국은 죽어가고 있는 중이니까.

다시 내 방은 건조한 기계문물들만 가득찬 피폐한 방으로 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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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July 21st, 2005

곽현지 이렇게 연락이 안되서야..
최은경 RE: 오랫만이네, 친구

오랫만에 열어본 한메일의 메일함은 당신의 메일함이 그렇듯이 온통 스팸투성이다. 대출이나 세스영어, 무슨무슨 자격증, 스카이라이프, 기타 아랫도리를 불끈거리게 하는 제목들을 처리해버린 후 남은 것은 저 두개. 고민이다. 천박하게 광고문구를 외쳐대는 메일은 아니지만 그 형식과 세련된 느낌은 이미 익숙하다. ‘Re :’ 에서 보이는 노련한 장사꾼의 미끼. 이런 낚시질에 걸린다면 체면이 말이 아닌데…. 그렇다고 어부가 무서워 떡밥을 물지 않을쏘냐. 그리고 오늘은 왠지 예감이 좋다. 첫 뚜껑을 열었다. 받는이에 표시된 수많은 참조주소들… 굳이 내용을 읽을 필요도 없다. 바로 Back. 그리고 잠시 파닥거려주는 센쓰! 고민하다 두 번째도 열어본다. 오랫만에 받아보는 아주 오래된 친구의 편지. 그래 살다보면 이런날도 있는거지. 번호를 남겨두었길래 전화를 해보았더니 운전중이라 나중에 다시 건단다. 최은경과 운전? 지나친 부조화다. 그래도 너무너무 반가운 목소리. 세월의 무게를 저 멀리 내치는 그때 그 목소리.

Re 가 붙은 것을 보면 분명 내가 메일을 먼저 보낸듯한데, 기억에 없다. 낭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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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운동코스

July 20th, 2005

의정부에서 절대 가지 말아야 할 전철역중에 한곳, 석촌역.

의정부 북부역 최선두로 승차.
도봉산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맨 후미로 이동.
7호선 후미로 승차후 건대입구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선두로 이동.
2호선 중간부분 승차후 8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4량 정도 전진.
석촌역 중간부분에서 하차.

석촌역 중간부분에서 승차.
지하차도를 걸어 2호선 맨 후미로 승차.
7호선을 갈아타기 위해 중간부위로 이동.
7호선 맨 후미로 승차.
1호선 승차를 위해 열차의 선두로 이동.
북부역 하차후 후미에 출입구 존재.

한량의 크기는 20m. 중간의 공간을 무시하고서라도 열차의 총 길이는 1호선 10량 기준으로 200m. 환승을 위해 걷는 양을 제외하고 단지 열차의 선두에서 후미로, 후미에서 선두로 이동하는 거리만 총 1.2Km. 오묘하게 설계된 환승구역을 걷는 거리도 이에 못지 않은 거리. 대략 2Km정도의 거리를 걷는데 소요한다. 가능하면 절대 두 역을 오가는 일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단,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다른 그 무엇보다 좋은 운동코스.

글로 써놓고 보니 내 자신이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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