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철

음악 좀 들었다 하는 사람들은 신중현의 아들이자 시나위의 리드기타리스트인 사람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아쉽게도 이 분은 그쪽과는 거리가 좀 있다. 앞머리가 듬성하고 깡마른 체구에 잔잔한 목소리 그리고 항상 교실 뒤편 천장과 벽이 맞닿은 자리를 향하는 시선, 학창 시절 내게 시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다.

뜬금없게도 오늘에야 선생님이 제 4회 백석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게다가 2000년도에 발간된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를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했다는 우울한 사실도.
학교 다닐때만 해도 절필이니 뭐니 우리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할 정도로 문단활동과는 거리를 두는, 초연한 시작(詩作) 태도를 고수하신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선생님이 문학상을 수상하신 사실을 알았을때 처음에는 다시 글을 쓰시게 된 동기가 궁금했고, 다음에는 ‘역시 선생님이군’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두편의 시집밖에 상재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내가 알기로 시를 많이 읽는 사람들이나 평단에서 선생님의 평가는 대단히 우호적이다. 그리고 내게는 시를 암기의 대상이나 문제풀기식 뜻풀이에서 벗어나 시 자체로 볼 수 있도록 해 주셨던 고마우신 분이다.

언젠가 서점 갈 일이 생기면 선생님의 시집 두 편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무인도를 위하여’(1977)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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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를 위하여

바닷물이 스르르 흘러 들어와
나를 몇 개의 섬으로 만든다.
가라앉혀라,
내게 와 죄 짓지 않고 마을을 이룬 자들도
이유없이 뿔뿔이 떠나가거든
시커먼 삼각파도를 치고
수평선 하나 걸리지 않게 흘러가거라,
흘러가거라, 모든 섬에서
막배가 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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