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석아,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는 물론 집에서 인터넷하지!」이런 시대가 될 날은 절대 오지않겠지.
     – naokis.net

아마도…

몇년 전까지만 해도 주변에 솔로잉하는 남자 선배들이 많았기 때문에 나의 크리스마스는 무척이나 풍요로웠다. 새벽녘까지 이어지는 술자리와 신새벽 사우나의 절묘한 조합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참으로 조화로운 행위들의 연속이 아닌가! 아마 95년도 부터 이어진 이 사우나 순례행렬은 그러나 정덕이 형이 결혼하고 나서부터는 뭔가 어긋나기 시작하더니만, 89선배들 하나둘 결혼하고, 애 낳고 나서는 전화하기조차 미안한 행사가 되어버렸다. 물론 전화따위 하지 않아도 모일 사람은 언제나 모여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하나 둘 줄어드는 참가자를 보며 은연중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나를 제외하고는…(학번 구성이 86 한명, 89 다섯명 그리고 나. 가끔 90도… 이렇다보니 좀 여유가 있는 것은 나뿐이로세 ㅡ,.ㅡ) 그러던 것이 어떻게 올해에는 나 혼자 남아 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애초에 나이 때문에라도 더 이상의 후배를 보듬을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막상 닥치고 보니 당혹스러움을 감출 길이 없다. 게다가 도무지 가능성이 없어보이던 사람들까지 커플로 전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희망과 혼란이 교차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진실로 나는 우울하다거나, 가슴이 아프다거나 하지는 않다. 특별하게 홀로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즐겁고 아름답다는 식의 초연함을 보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어제와 그리 다르지 않은(특별하지 않은)’ 오늘을 보내고 있다. 오히려 외로움과 처량함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진정으로 그들을 위로해 주고 싶다. 희망의 끈을 놓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선배들은 내게 쓸쓸한 크리스마스뿐이 아니라 ‘하면 된다’ 는 희망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함께 주었다. 정녕 고맙다. 선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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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원래 예정대로라면 오늘 아침 내지는 크리스마스에 배달되었어야 할 물건이 좀 일찍 와버렸다. 일본에서 홍콩을 경유하여 오는데도 빨리온 게 신기하다. 김이 약간 새기는 했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갖고 싶었던 물건이라 기쁘기 한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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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2년 동안 나의 쇼핑 wishlist에서 사라지지않고 있었던 HHK를 내가 나에게 선물로 주면서 조용히 한마디 건넨다.
“형석아, 형석아, 형석아, Merry Christmas!”
“고마워, 고마워.”

10 thoughts on “형석아, 메리 크리스마스!!!

  1. 허허허. 이쁘다니…
    Happy Hacking Lite 는 그 쫀득쪽득한 키감과 emacs, vi 사용시에 최적화된 키 배열, 최소 공간 사용등 외양보다 훠얼~씬 내실있는 키보드라오. 그리고 사실 열라 이뿌다오… ㅋㅋㅋ. 단, 게임은 힘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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