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나기

대학 1학년때, 참 많은 사람을 만났다. 각 단대 학생회 사람들 다 알고 있었고, 총학에서 부터 계열사람들까지 정말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즐거웠고, 사람을 만나는 일이 특별히 어려울 것도 없는 일이었다. 마치 삶의 목표가 사람을 남기는 것인양,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그 사람들 속에서 즐거웠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사람을 만나는 일이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니 부담이라기보다는 귀찮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계산기를 꺼내놓고 손익계산을 따져가며 사람을 만나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사람들이 보여주는 전혀 의외의 대응에 실망과 분노도 많이 했고, 그런 것을 예측하지 못했던 나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또 내가 타인을 생각하는 것 만큼 다른 사람이 나를 고려해주지 않는 다는 것도 참을 수 없었다. 따지고 보면 그 누구의 탓이 아니라 내가 부족해서 생기는 많은 문제들이었건만 이리저리 치이고 데이는 동안 점차 사람들이 귀찮아지기 시작한 듯하다. 다만 사람을 미워하지 않게 된 것만이라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 대학 1학년때로부터 10여년을 물러난 지금은 항상 만나는 사람만 만나는 다소 진부한 굴레에 갇혀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사람에 대한 실망을 하지 않으니 어쩌면 다행인건가? 비록 오해일지라도 내가 이미 마음의 심연까지 알고 있는 사람들. 1년에 한 번을 보더라도 반갑고 즐겁고 유쾌한 사람들. 특별하지는 않지만, 소중한 사람들.
소중한 사람들, 소중한 사람들, 소중한 사람들…

2월의 마지막 날.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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