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곽현지 이렇게 연락이 안되서야..
최은경 RE: 오랫만이네, 친구

오랫만에 열어본 한메일의 메일함은 당신의 메일함이 그렇듯이 온통 스팸투성이다. 대출이나 세스영어, 무슨무슨 자격증, 스카이라이프, 기타 아랫도리를 불끈거리게 하는 제목들을 처리해버린 후 남은 것은 저 두개. 고민이다. 천박하게 광고문구를 외쳐대는 메일은 아니지만 그 형식과 세련된 느낌은 이미 익숙하다. ‘Re :’ 에서 보이는 노련한 장사꾼의 미끼. 이런 낚시질에 걸린다면 체면이 말이 아닌데…. 그렇다고 어부가 무서워 떡밥을 물지 않을쏘냐. 그리고 오늘은 왠지 예감이 좋다. 첫 뚜껑을 열었다. 받는이에 표시된 수많은 참조주소들… 굳이 내용을 읽을 필요도 없다. 바로 Back. 그리고 잠시 파닥거려주는 센쓰! 고민하다 두 번째도 열어본다. 오랫만에 받아보는 아주 오래된 친구의 편지. 그래 살다보면 이런날도 있는거지. 번호를 남겨두었길래 전화를 해보았더니 운전중이라 나중에 다시 건단다. 최은경과 운전? 지나친 부조화다. 그래도 너무너무 반가운 목소리. 세월의 무게를 저 멀리 내치는 그때 그 목소리.

Re 가 붙은 것을 보면 분명 내가 메일을 먼저 보낸듯한데, 기억에 없다. 낭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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