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과잉

우울함의 원인을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뭔가 2% 부족한 점이 있다. 형편없게 느껴지는 요즈음의 내 모습은 우울함이 아니라 혐오감이 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내 영혼이 육체에서 분리될 수 있다면 한 두세발짝 떨어져서 내 모습을 바라보고 싶다.얼마나 왜소한 모습일지… 요즘같은 일상은 정말이지, 정말이지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다시 웃을 수 있는 날이 올까, 하는 자문은 그러나 또 사실 너무 우스운 이야기다. 어차피 죽지 않고 살아가는 이 지저분한 일상은 언제나 심하게 요동치는 법이다. 감정의 기복같은 거야 그 험난한 인생사에서 보자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제기랄….

너무 일찍부터 술 먹었나. 어지러운걸. 피를 뺀 왼팔뚝은 아주 푸르딩딩하다. 아, 심난하다. 다 ‘나리‘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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