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맨슨, 플래시 몹 그리고 파시즘.

한 애가 이지메를 당하다 못해 학교에 총질을 했더니
걔넨 마릴린 탓으로 돌리대? (마릴린 탓을)…
When a dude’s gettin bullied and shoots up his school
And they blame it on Marilyn (on Marilyn)..
– 에미넴(Eminem)의 ‘The Way I Am’ 중에서

“콜럼바인 사태가 일어난 날 미국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폭탄을 코소보에 투하한 걸 아는가? 내가 대통령보다 영향력이 큰가?”
– 마이클 무어의 ‘Bowling for Columbine’중에서 맨슨의 인터뷰

10월4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은 미국 록그룹 ‘메릴린 맨슨’의 공연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거침없는 욕설과 파격적 성 묘사 등 악마주의적 무대 매너로 유명한 맨슨이 한 여성 댄서의 속옷 안에 마이크를 넣고 신음 소리를 흘리자 5000여명의 관객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중략)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으로 공연장을 찾은 한 회사원은 “메릴린 맨슨의 음악은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며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결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음악을 즐기다 보면 또 다른 내가 된 듯한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 NAVER N매거진 ‘미쳤냐구? 금지된 장난 재밌잖아’ 중에서

‘플래시 몹(flash mob)’ : 인터넷에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을 뜻하는 말인 ‘플래시 크라우드(flash crowd)’와 참여군중 ‘스마트 모브(smart mob)’가 결합된 신조어. 우리말로는 꼭 맞게 옮길 만한 단어가 없지만, 굳이 풀어서 말한다면 ‘집단 이상행동’ 정도.

“외계인이다!”
“외계인이 출현했다!”
지난 주말인 20일 저녁 7시,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외계인의 출현’을 알리는 한 무리의 외침이 울려퍼졌다. 20∼30명의 이 무리들은 그렇게 일제히 하늘을 가르켜 소리를 지르더니, 또 갑자기 풀썩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동시에 이들이 손에 쥔 핸드폰에서는 알람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그 뒤 2분여가 지났을까, 바닥에 몸을 붙인채 꼼짝하지 않던 이 ‘시체’들은 박수를 치며 벌떡 일어섰고 이어 환호성을 질렀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이들은 군중 속으로 뿔뿔이 흩어져 사라졌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바보’가 된 건 오히려 이들을 구경하던 군중들이었다. 갑자기 외계인 출현을 외치며 바닥에 쓰러진 ‘연기자’들을 둘러싼 100여명의 군중들은 진짜 ‘UFO’가 나타나기라도 했는지 하늘을 쳐다보았고, 이내 속았다는 판단 뒤엔 웅성웅성, 다음과 같은 반응들을 쏟아냈다.
“뭐하는 거야.”
“멋있다.”
“일어나세요.”
“짱이다.”
– OhMyNews “의미 담지 말것”… 명동서 벌어진 ‘시체놀이’ 중에서


맨슨이나 플래쉬 몹이 주는 쾌락의 근저에는 일탈이라는 공통의 코드가 존재한다.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과 그 이면에 자리잡은 자본주의 사회의 시스템을 탈출하고 싶은 욕구가 ‘일탈’이라는 집단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들은 단지 Just for fun을 위해서 어떠한 의도와 지향도 존재하지 않는 행동에 참여하고,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집단의 권력안에서 행하고 만끽하며 해방감을 느낀다. 물론 플래쉬 몹과 맨슨의 공연이 같다고는 할 수 없다. 맨슨의 경우는 차라리 에쵸티에 열광하는 10대의 그것과 닮은 점이 더 많아 보이기는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파격과 비 상식적인 행위, 그리고 그속에서 해방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모습을 단순히 팬덤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면이 있다. 암튼 맨슨의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의도하는 바도 없고 지향하는 목표도 없고 어떠한 사상의 지배를 받지 않는 집단행동의 극단적인 형태인 플래쉬 몹, 그 내면을 잘 들여다보면 이것이 파시즘의 행동양식과 매우 근접한 상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헤게모니를 장악한 소수에 의해 만들어진 다수가 동원되는 양식. 다수에게는 어떠한 정치적인 신념을 찾아볼 수는 없으나 집단이 가질 수 있는 거대한 힘을 이미 체험해버린 상태. 이성적인 판단이나 문제제기는 금기시 되어버리고 집단적인 환각상태에서 개인의 존엄보다 집단의 존립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버린 상태는 파시즘이 보여준 일련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행해지는 플래쉬 몹등의 일탈행위들이 파시즘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수 있다. 어쩌면 새로운 문제제기와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속에서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즐거운 레져, 혹은 특이한 취미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개인의 힘은 계속 미약해 질 것이고 사회구조는 더욱 견고해져 결국 패배주의에 빠져버린 채 집단의 힘에 의존하는 많은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다. 정치적으로 각성되는 않은 집단은 파시즘이 기생하기 좋은 숙주일 뿐이다.

어쨋거나 집단의 힘을 애용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는 사실은 두려운 일이다.

길지도 않은 글이건만, 말빨도 예전같지 않고 어휘의 선택이 느므느므 힘들구나. 에혀…~~

3 thoughts on “마릴린 맨슨, 플래시 몹 그리고 파시즘.

  1. 글에서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실체를 모를 두려움은 허공의 메아리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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