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는 길

수유리에서 버스를 타면 보통 집까지 한 50분 걸리는데 요즘은 1시간에다 20분은 더 걸린다. 곳곳에서 길을 막고 벌이고 있는 공사 때문이다. 녹슨 수도관을 교체하고, 가스관을 수리한다는데 사실 그 말대로라면야 약간의 불편이 있어도 감수할 수 있겠지만 그 속속을 알고 있으니 열만 뻗치다. 이런 모습 보기 싫으면 지하철을 이용할 수도 있는데, 왠지 아침에는 지하철을 타기가 싫다. 버스를 타고 비스듬히 비치는 햇빛을 안고 가는 것도 나름대로 맛이 있다.

공사하는 길거리를 지나가면서 ‘올해도 다 갔구나’ 하고 느끼는 건 참 우울한 일이다. 연말에 공사를 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일처리가 우울하고, 덧없이 올 한해를 보내는 내 신세가 우울하고, 서른을 훌쩍 넘어버릴 나이 때문에도 우울하다. 적어도 내년 7월까지는 29이라고 우길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을리 만무하다. 이레저레 우울한 날에 보사노바나 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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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집에 가는 길

  1. 그러시오? 안타깝소. 올해는 다 지나갔으니 좀 무리고, 내년쯤에 꼭 지하철 하나 놔드리리다. 그때까진 타고 싶어도 좀 참으시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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