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죽다 살아나다.

밖에서 부르는 소리에 나가봤더니 어머니와 동생이 개를 붙잡고 난리다. “어쩌냐, 개 죽으려나보다…”, “갑자기 왜이래?”, “모르지 뭐… 이놈 왜 이러냐…” 아닌게 아니라 이넘의 자슥이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입에서는 침을 한없이 흘리고 있었다. 죽음의 순간이 다 그럴까? 눈은 이미 초점을 잃은 듯하고, 개를 잡고 있는 손을 놓았더니 비틀 비틀 거리고 부들부들 떨면서 갑자기 일어섰다가 떨면서 뒷걸음질 치고 정말이지 절박한 순간이었다. 말로 어떻게 형용할 수 없는 그 찰나에도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이넘 잘 해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 죽어버리네, 지 어미가 옆에 있는데 어떻게 먼저 죽냐, 도대체 왜 이렇게 됬을까? 아까두 멀쩡했던넘이, 죽으면 그냥 땅에 묻어줘야 하나-_-, 아! 가슴은 왜 이리 찡하냐…
세 가족이 개를 빙 둘러싸고 병원에라도 가야하나 지금 어떻게 손 쓸 수도 없는데, 그냥 이렇게 지켜봐야 하나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명은 긴 놈이다. 동생이 개의 목을 묶고 있던 줄이 이상했던지, “형 이거 때문에 그런거 아냐?”하면서 급히 줄을 풀어주었고 계속 목과 팔과 다리를 마사지해주었더니만 어느새 많이 진정되었다. 뜬금없이 짧은 목줄이 요새 심하게 살이찐 개의 목을 조이고 있었던 것이다. 양적인 변화가 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고는 하지만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던 목줄이 목을 조이게 되는 접점이 이렇게 순간적이라는 사실이 놀라웁다.

이 넘의 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미친듯이 마당을 헤집고 있다. 오래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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