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장본을 혐오한다.

퇴근길에 서점에 들렀다. 얼마전 구입했던 ‘폭력과 상스러움’을 다 읽었기에 다른 subway book이 필요해졌기 때문인데, 이리저리 가판을 둘러보니 인기코너, 베스트셀러코너에 익숙한 제목들이 눈에 띈다. 읽은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고… 대충 나온지는 10여년 안쪽의 책들인데 하나같이 양장본이다. 호화로운 표지와 그에 걸맞는 가격. 집에 있는 책과 한번 가격을 비교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정말이지 비싸다. 내가 양장본을 싫어하는 이유는, 사실 초라하지만 오로지 그 가격때문이다. 구차하면서도 구차하지 않은 이유들도 있지만, 이게 좀더 현실적이다.

무라카미 류의 양장본들을 무심히 뒤적거리다 코인로커베이비스가 떠올라 카운터에 문의했더니 들어와 있는 책이 없다 한다. 그러면서 바로 인터넷교보문고에 접속을 하더니 책을 검색한다. 검색 결과가 화면에 뜨는동안 이야기해주기를, 예전에 절판되었다가 두 출판사에게 같이 나왔는데 한쪽에서 판권을 주장하는 통에 더 가격이 싼 출판사의 책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한다. 잠시후 검색 결과를 보더니만 다행히 재고가 있어 주문하면 내일이나 모레 들어올 것 같다고 덧붙인다. 뒤에서 스윽 보면서 나름대로 직원분에게 카운터를 날리는 마음으로 ‘아, 그럼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되겠네요.’ 회심의 일격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직원분, 충격은 받지 않고 귀찮은 일 덜었다는 듯이 밝은 목소리로 ‘네~ 그러세요.’ 한다. 싼책으로 주문했다.

코인로커 베이비스 – 무라카미 류
보르헤스 전집 1 : 불한당들의 세계사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보르헤스 전집 4 : 칼잡이들의 이야기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멋진 신세계 – 올더스 헉슬리

무료 배송을 위해 헉슬리를 끼워넣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예전에 잃어버린 후로 가끔 생각나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보르헤스는 군대시절 새벽 근무를 끝내고 몰래 읽었던 고참의 책이다. 재미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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