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이리 단상

그게 벌써 언제적인지… 완공된 건물들은 몇채 없었고, 여기저기 터닦고, 외벽올리고, 공사하느라 분주했던, 그래서 아직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았던 해이리는 – 그 작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 엄청난 문화적 충격이었다. 출판단지와 해이리의 그 이국적인 풍광과 건축물, 독특한 페이소스의 가로등, 표지판등등등 어느것 하나 쉽사리 지나치지 못하고 ‘우와’하고 감탄사를 내뱉어야만 했었다. 프로방스의 급부상과 더불어 해이리의 및 인근 영어마을등의 부흥은 굉장한 관람객의 급증을 가져왔고 사실 외형에 비해 볼품은 없었던 내실덕에 별것 없이 사람만 많은 공간이 되어버렸다. 피치 못하게 퇴출되는 매장이 늘어나고, 그나마 살아남은 곳은 구할이 카페들. 외에 얼토당토 않은 관람료를 받고 관람객 유치에 목마른 그저 그런 박물관들뿐이다. 구질구질한 날씨 때문인지 몰라도 오랫만에 다시 찾은 해이리와 출판단지는 이제 다시는 찾지 말자는 교훈만을 남겨주었다. 오는 길에 들른 여주천서리도 그 고유한 맛을 잃어버린 후진 막국수집이 되어있었다. 추억이 아름다운건 기억속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일지는 몰라도 제대로된 추억이라면 망해도 3년은 가야지. 이건 너무 막장이 되어버렸다.

5000원의 관람료를 처묵처묵한 말대가리. (물론 온통 커플들이라 이런 소회를 밝히는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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