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의 졸업식

엉망진창으로 끝나긴 했지만, 역시 즐거운 자리였음에는 분명하다. 다만 2차로 옮기자마자 정신을 놓아버리는 바람에 나중에 온 사람들은 아주 희미하게 생각난다는 점과 정말이지 온 몸이 쑤시고 결릴 정도로 많은 술을 먹었다는 사실이 약간 안타가울 뿐이다. 10년 후배를 만난다는, 실로 유쾌하지 않을 것 같은 사실이 아주 유쾌한 후배를 만남으로서 많이 희석되었다. 그렇게 재미있는 녀석 참 오랫만에 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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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10년 후배가 찍어놓은 사진들. 제목도 하나같이 유쾌하다.

적어도…

사랑이무엇인줄알려면우린좀더살아봐야합니다.
그래요-그사랑이무엇인지깨달을려면좀더살아봐야겠지만,적어도사랑하는사람을위해서먼저떠나지말아야한다는걸깨달았습니다.

따뜻한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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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와 방문을 열었더니 냄새가 지독하다. 책상위에 새 양주 두병과 따라놓은 한잔, 그리고 안주꺼리(우유와 새우깡과 쥐포하나)가 너저분하게 널려있다. 동생놈의 짓이 분명하긴 한데, 이걸 먹다가 못먹겠어서 치우지 않고 그냥 놔둔건지 아니면 나 먹으리고 미리 준비해 놓은건지 모르겠다.

이왕 지저분해진 책상 동생 탓하면 무엇하리? 아침에 피곤할테니 한잔 맛있게 먹고 자라는 동생의 따뜻한 배려라고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먹어줘야겠다. 헤네시는 참 오랜만에 먹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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읔, 오늘이 발렌타이 데이구나…… 아~~~ 이놈이 내 쓰린 속을 미리 짐작하고 이거 먹고 언넝 잠이나 자라고 준비해 둔 것이로구나…. 정말 따뜻한 배려군… 정말 따뜻해…. XXX…
(사실 오늘이 발렌타이 데이임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바부방 갔더니 쪼코렛 타령이 들리길래 알아채버렸다. 밤을 사는 인간은 세상일에 이렇게 무심하다.)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되겠기에

–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브레히트

난 여전히 브레히트를 좋아한다. 비록 이제 나의 정치색은 많이 탈색되었을지라도….

한숨 한 모금…

학교에서 거리에서 참 많이 붙어다닌 친구놈이 어느새 애아빠가 되더니 이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근실한 삶을 살고 있다. 그 놈이 ‘행복하게 사는 법’ 이라는 제목으로 올려준 글….

http://www.kbs.co.kr/1tv/sisa/health/vod/1248165_941.html

난, 애라도 생긴다면 모를까. 아직은 계획에 없다. 적어도 올해에는….

옛날 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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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때문에 참 많이 웃었고, 많이 즐거웠고, 많이 사랑했고, 많이 기뻐했으며, 참 많이도 울었고, 많이 애처러웠고, 많이 추웠고, 많이 쓰라렸다. 왜 그토록 목숨 걸고 마셔야만 했는지…

사랑을 하려거든 목숨바쳐라
사랑은 그럴 때 아름다워라
술마시고 싶을때 한번쯤은
목숨을 내걸고 마셔보아라

팔꿈치로 병 바닥을 두세차례 가격후 병 뚜껑을 딴다. 손날을 이용해 병 목부분을 정확히 가격 약간의 술을 흘려 버린다.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옛소주병 따기 필살기. (며칠전에 누가 이거 했다고 하길래.. ㅋ~)

이제는 참이슬에 익숙해 졌는지 이 술을 먹으면 약간의 알콜 비린내(?) 비슷한 게 올라오더라. 옛것은, 기억속에서만 아름다운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