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찌질하다.

Pixelpost를 깔짝거리며 이리저리 사진을 올리다가, 난 참 찌질하구나 하는 생각에 손발이 오그라든다. 참 웃기지도 않게 개나소나 무거운 DSLR을 걸치고 다니며 셔터를 날리는 좋은 시대가 도래하였으니, 그 덕에 나도 분수에 맞지 않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 무심코 날린 셔터는 어디로 사라지지도 않고, 외장하드 폴더안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노출이니 구도니 따지며 논하는 것은 좀 더 그럴싸한 아마츄어에게나 통하는 법. 무식하고 허섭한 내 사진속에서 그런 고매한 단어들은 도무지 설 자리가 없다. 수년 전의 사진을 -약간의 비웃음과 쪽팔림을 수반하면서- 보며 얼굴은 붉어지지만 추억과는 약간 다른 아련함 같은게 느껴진다. 그래, 나는 찌질하다. 개나 소나 들고 다니는 DSLR을 들고 다니는 나는 개나 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시간, 내 기억까지 흔해 빠진것은 아니다. ㅋ 그래서? 어쩌라고?

MY OWN PRIVATE IDAHO.

정확한 대사는 기억나지 않는데, “기면증이란게 그런거야”, ‘바다 쪽으로, 한 뼘더’ 광고영상에 나오는 대사한마디가 옛 영화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기면발작증’ 이란 낯설은 병명을 머리속에 꾸겨넣었던, 그 영화 아이다호.

a0758-00

이 무지막지한 완전 성인용 영화가 10분정도 삭제되어 청소년용으로 개봉되었던 1991년, 난 친구와 극장에 앉아 이 난해한 영화를 보았다. 많은 것을 아는 척해야 했던 그 어린 나이에 이 영화가 주는 뭔지 모를 동경과 낯설은 충격에 한참을 자리에 남아 있었다. 가령 죽은 시인의 사회나 볼륨을 높여라 같은 류의 스트레이트한 영화와 대비되는 모호한 영상과 아스라한 그리움 같은 참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다.

a0758-15

끝없이 이어지는 길 위에 쓰러져 있는 리버 피닉스. 노란색 들판은 끝없이 펼쳐지고… 그가 사랑하는 사람.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슬픈 사랑이야기.

컵을 깨다.

어떤 곤란한 상황에서도 물의 양을 기가막히게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사용하던 컵을 그 순간의 판단미스로 깨 버렸다. 컴컴해 질 무렵인지라 무슨 불길한 기운을 느끼지는 못했다. 아침에 그랬으면 하루종일 안절부절했겠지. 간밤에 먹은 술이 하루종일 내안에 있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었다. 모든게 지겨워, 귀찮고…

brokenc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