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램.

일이라는 것은 잘 풀리기도 하고, 막히기도 하고 그런 것이다.
조바심을 낸다고 해서 안 풀릴 일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걱정을 해도 될 일은 되는 법이다.
물론 진인사대천명까지는 들먹이지 않더라도 최선은 다해야겠지.
아무튼 모든 일이라는게 다 순리대로 돌아가게 되어있다.

아쉬운건 그런 헉헉대며 돌아가는 일상의 틈바구니 속에서,
하루종일 먼지밭을 뒹굴며 고생하는 와중에,
온몸이 쑤시도록 헉헉대고 있을때,
누군가 전화로 “고생하는구나” 이 한마디 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
뭔가 애틋한 그런 사람이 없다는 것. 이것이다.
담배 한모금 피우며 잠깐 몸을 추스려도 밀려드는 작업과
내일 작업에 대한 두려움뿐.
그 짓눌린 내 가슴에 누군가 따뜻한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으면 좋을텐데….

목소리라도 들을까 전화 해보려 했지만,
헛된 수음. 말도 안되는 망상일 뿐이고,
스스로도 얼굴 붉어지는 초라함이다.
인사해도 모른척 지나치는 사람인데…

아, 애틋한 사람이 이리도 절박한 걸 보니 이제 나도 막장인가보다. 제기랄.

대가

너무 쉽게 사람을 믿었다는, 오직 그 하나의 이유때문에
나는 오도가도 못하는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진실함이라는 것을 사람마다 따로이 판별하기에는
나는 너무 여리다.

나리씨가 말했듯 나의 이 나약함(착함)은 대책이 없다.

무엇을 하려해도 손에 잡히지 않고, 시간은 철철철 흘러가고,
제사상에 오르기 위해 흰콩을 먹는 소와 내 처지가 다르지 않다.

그저 지금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할텐데, 무엇하나 붙잡고 늘어지려니 그도 만만치 않코…

이 대책없는 인간아. 무엇하나 똑 부러진 것이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