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라…

어느덧 연말이라는 사실이 우울해야 하는 나이가 된 한 젊은이의 한 해 정리.

그러나 그 우울함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단순히 이제 (세속적인 의미에서) 한 살 더 늙어간다는 다분히 감상적인 의미의 우울함이라면 몰라도,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행위(무릇 연말에는 이러이러한 것들을 해야한다는….)에 대한 거부 혹은 방관 또는 따돌림-_-;;으로 인한 것이라면 방치하는 수 밖에 없겠지.

사실 요즘 TV를 보지 않으니 연말의 왁자지껄함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지내고 있다. 혹시라도 연말의 분위기가 몸부림치게 싫은 사람이 있다면, TV를 끄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스스로 진흙탕 속으로 걸어들어가며, 더러운 걸 참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왜 그런 자학을 하고 있는건지 이해할 수 가 없다.

어찌 되었건, 비록 내 자신이 소중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내가 보낸 일년의 삶이 소중하지 않다라고는 할 수 없는 법. 기억에서 언뜻 떠오르는 것들이나마 여기에 정리해둔다.

올해의 영화

1. 살인의 추억
1. 굳바이 레닌
1. 그녀에게
1. 바람난 가족
1. 반지의 제왕
1. 질투는 나의 힘

올해의 뉴스

1. 미국의 이라크 침공
1. 송두율 교수 구속
1. 정몽헌 회장 자살
1. 대구 지하철 참사
1. 로또열풍
1. 연예인 누드 열풍
1. 이효리신드롬

올해의 잘못

‘타인에게 필요한 것은 애정과 관심이지 충고가 아니다.’ 이 구절을 읽고 나 자신이 너무 미워졌다. 특히나 한 사람에게 나의 이 ‘같잖은 충고’가 얼마나 큰 마음의 상처가 되었을까 생각하면 더욱더… 무엇을 해야한다. 왜 해야한다를 이야기하는 것은 얼마나 쉬운 일인가? 하지만 그 사람에게 필요한 건 어떻게 해야한다고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이었을 텐데, 그리고 따뜻한 격려같은… 괜한 성질이나 부릴줄 알았지 난 그사람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미안하다.

올해의 반성

지나친 집착과 나태. 아직도 집단의 그늘을 그리워하는 듯한 모습에 가끔 우습다. ‘적을 두고 있다는 것’이 주는 안도감, 혹은 안정감을 가지고 싶었던 것인지는 몰라도, 남(혹은 남들)의 일에 지나치게 참견하고, 끼어들려고 했다. 아직까지 사람에 대해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듯… 그리고 나태. 종종 귀차니즘이라는 고상한 말로 표현되고는 하는 이것이야말로 인생 최대의 적!

머리깍고 목욕하고…

아직 술이 덜 깨긴 했지만 어쩌랴? 2003년의 마지막 일요일인 것을…
머리깍고 목욕하는 그런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겠지만, 나름대로 뭔가 깨끗히 올 한해 정리하고 싶다. 사실 정리랄 것도 없는 시시한 한 해 였지만 말이다. 규모로 따져 보자면 올해는 – 굳이 비교하자면 – 가내 수공업의 범위를 넘어서지 못했다. 매출이 급격하게 증가하지도 않았고, 새로운 거래처가 생기지도 않았고, 직원도 그대로. 그나마 요즘 같은 시기에 현상유지라도 한게 어디냐고 혼자 술을 마시며 위로하는 너무 빨리 늙어버린 아저씨의 이미지. 초췌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내년에는 나아지겠지, 이유없는 기대를 하고있는….

그런데, 요즘은 목욕탕 몇시까지 하지? 너무 늦은거 아냐?

하늘엔 영광! 땅에는…

땅에는 무엇이? 온누리에 평화가?

땅에 오직 아름다운 것은 어린 아이의 눈동자. 이슬람의 어린아이, 미국의, 한국의, 아프리카의 어린이.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영광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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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카드를 한장도 못 받았다. 해마다 두 세통씩은 받았는데… 무심한 사람들. 난 구식 감성의 소유자라 그런지 몰라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디지털 카드 보다 삐뚤빼뚤 손으로 쓴 카드가 좋드만…

형석아,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는 물론 집에서 인터넷하지!」이런 시대가 될 날은 절대 오지않겠지.
     – naokis.net

아마도…

몇년 전까지만 해도 주변에 솔로잉하는 남자 선배들이 많았기 때문에 나의 크리스마스는 무척이나 풍요로웠다. 새벽녘까지 이어지는 술자리와 신새벽 사우나의 절묘한 조합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참으로 조화로운 행위들의 연속이 아닌가! 아마 95년도 부터 이어진 이 사우나 순례행렬은 그러나 정덕이 형이 결혼하고 나서부터는 뭔가 어긋나기 시작하더니만, 89선배들 하나둘 결혼하고, 애 낳고 나서는 전화하기조차 미안한 행사가 되어버렸다. 물론 전화따위 하지 않아도 모일 사람은 언제나 모여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하나 둘 줄어드는 참가자를 보며 은연중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나를 제외하고는…(학번 구성이 86 한명, 89 다섯명 그리고 나. 가끔 90도… 이렇다보니 좀 여유가 있는 것은 나뿐이로세 ㅡ,.ㅡ) 그러던 것이 어떻게 올해에는 나 혼자 남아 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애초에 나이 때문에라도 더 이상의 후배를 보듬을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막상 닥치고 보니 당혹스러움을 감출 길이 없다. 게다가 도무지 가능성이 없어보이던 사람들까지 커플로 전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희망과 혼란이 교차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진실로 나는 우울하다거나, 가슴이 아프다거나 하지는 않다. 특별하게 홀로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즐겁고 아름답다는 식의 초연함을 보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어제와 그리 다르지 않은(특별하지 않은)’ 오늘을 보내고 있다. 오히려 외로움과 처량함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진정으로 그들을 위로해 주고 싶다. 희망의 끈을 놓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선배들은 내게 쓸쓸한 크리스마스뿐이 아니라 ‘하면 된다’ 는 희망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함께 주었다. 정녕 고맙다. 선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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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원래 예정대로라면 오늘 아침 내지는 크리스마스에 배달되었어야 할 물건이 좀 일찍 와버렸다. 일본에서 홍콩을 경유하여 오는데도 빨리온 게 신기하다. 김이 약간 새기는 했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갖고 싶었던 물건이라 기쁘기 한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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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2년 동안 나의 쇼핑 wishlist에서 사라지지않고 있었던 HHK를 내가 나에게 선물로 주면서 조용히 한마디 건넨다.
“형석아, 형석아, 형석아, Merry Christmas!”
“고마워, 고마워.”

요즘 알게된, 혹은 쓰게된 프로그램들

GOMPLAYER : 코덱 설치의 번거로움에서 해방되었다. 크기는 물론이거니와 각종 동영상을 내장된 코덱으로 자체 처리해준다. 가장 중요한 리소스 문제에 있어서도 우수하다.
FileZilla : 멀티 쓰레딩이 지원되기 때문에 사용하기는 하는데, 아직 WS_FTP를 완전히 제압하지는 못한 느낌.
mmsclient : 드디어 mms 로 내보내는 동영상을 캡쳐할 수 있게 되었다.

무려 세가지의 프로그램을 새로 사용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