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전체적인 관점에서 일을 설계하고, 중재하고, 진행하고, 마무리짓는 능력은 단순히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것일까? 한 사람의 캐퍼는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늘어나는 것일까? 중심에 서 있는 내가 오락가락 하고 있으니, 회사일이 잘 돌아갈 턱이 없다. 나는 나대로 피곤하고 다른 사람은 그 사람대로 피곤하고 짜증만 늘어난다. 말도 안 된다고 투정부리지만, 어린아이의 그것에 다름아닐 뿐, 결국 모든 것이 나의 탓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내 능력부족으로 말미암아 모든 일이 틀어지는 것이다.

일도 인생도 사랑(?)도 모든 것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전의상실

싸움터에 나가는 장수에게 상대를 꺽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그 장수의 앞날은 불보듯 뻔하다. 이런저런 구차한 이유들을 한덩어리 짊어지고서 아무런 의욕도 없이 일하고 있는 내 신세가 이미 전의를 상실한 장수의 그것과 너무 닮았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과 내가 할 수 있는 것들과, 내가 해야만 하는 것들. 모든 방향에서 들이대는 일들틈에서 몸만 하루하루 축난다.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책임은 커져만 가고, 삶은 삶대로 피폐해 가는 이 민망한 상황속에서 또 하나 정리하지 못하는 일때문에 미치겠다. 아니 ‘정리’라는 말은 옳은 표현이 아니다. 아직 시작하지도 못한 일이니까. 밥이 되든 죽이 되는 밀고 나가봐야 할텐데, 딱 2g의 용기가 부족하다. 이 소심하고 무능한 성격은 아마 내 스스로 생각해도 전혀 맞을 사람은 아니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더 우울하다.

무의미하게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은 돌이켜 보면 후회만 남을 것이다. 스스로를 저주하면서.

고민

씻기도 싫고, 일하기도 싫고, 사람을 만나기도 싫고, 책을 읽기도 싫고, 인터넷하기도 싫고, 게임도 하기 싫고, 알아달라 청하기도 싫고,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쥐기도 싫고, 맨눈으로 형광등을 바라보기도 싫고,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싫고, 신발을 꺽어신기도 싫고, 종이컵에 커피를 타 마시기도 싫고, 말도 생각도 하기 싫은 이런 날은, 도대체 뭘 해야 하는 거지?

내 몸은 하나다.

‘조국은 하나다’식의 상징적 도그마가 아니라, 말 그래도 내 몸은 오직 하나일 뿐이다. 이 아주 현실적이며 물리적인 이유에서 내가 존재하는 공간은 두개 이상이 될 수 없다. 알타켄타우리별 사람들처럼 공간을 휘어뜨려 단지 수초만에 수백킬로미터의 공간을 이동하는 능력은 나에게 없다. 나의 한계란 명확하다. 나는 내 수족같은 코란도-이 놈은 가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는 한다.-에 의지하여 정해진 도로를 따라 목표에 도착하고 그 곳에서 문제를 해결한다음 다른 장소를 찾아 다시 도로를 달린다. 내 이동거리는 속력X시간 의 공식에 의해 결정된다. (물론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다른 선량한 사람들보다는 약간 빠른편이긴 하다.) 그렇다고해서 1시간 거리를 10분에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의정부와 죽전의 일을 동시에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내 한계는 당연히 나만의 것은 아닐진대 뭘 그리 요구하는게 많은가? 왜 나에게 불가능을 바라는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나에게 욕을 해대는가?

뭐, 그렇다고 짜증을 내는 나는 뭐 다른 놈인가?… 휴.. 피곤 백만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