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눈을 떴을 때 그녀는 곁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아주 오래 전부터 예정 되어 있던 이별이기라도 한것처럼 담담하게 그 사실을 받아 들였다. 그녀는 요정이었고 모든 요정들은 새벽이 오면 사라지는 법이니까…
화창한 날이었고 침대에는 환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햇볕에 눈을 감던 나는 문득 주위를 감싸고 있던 공기가 어제와 달라져 있음을 깨달았다. 감격하며 가슴 깊이 신선한 아침 공기를 들여 마시던 중 그녀가 남기고 간 짧은 쪽지를 발견했다.
“나를 기억해줘서 고마와요…”
나는 눈을 감고 소중하게 그 쪽지를 들어 천천히 입 속에 넣었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당신을 잊지 않겠노라고 그녀에게, 나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마지막 삼킨 쪽지에서 그녀의 살냄새가 입안 가득 퍼졌다.
그 순간 갑자기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 2년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다. 그리고 지난 몇 개월간 단 한번도 울린적 없던 전화가 그 아침에만 세통이 걸려왔다. 나는 나의 친구들에게 다정하게 안부를 물었고, 아주 오랜만에 바깥 세계와의 소통을 시작했다.
-남로당 靑春情談, I의 이야기中
전체적으로 제대로 하루키삘이 샘솟는 이야기. 그나저나 요즘 들어 지나간 친구들의 연락이 새삼스럽게 늘고 있다. 다시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 세상과 자유로이 소통하는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상처입은 늑대처럼 마을 멀리 떨어져 은둔하는 삶을 살 것인가. 어쨋든간에 바쁜 삶이란-늘 동경해 왔지만,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좋은 것이다. 자잘한 것에 신경쓸 여력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