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설 – 만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에 진실입니다
잊어 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 만큼 그 사람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표정은 이별의 시점입니다
떠날 때 우는 것은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함께 있을 수 없음을 슬퍼하지 말고
잠시라도 곁에 있을 수 있음을 기뻐하고
다 좋아해 주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이 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고 원망하지 말고
애처롭기까지한 사랑을 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주기만하는 사랑에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었음을 아파하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꼐 기뻐하고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라 오직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강조는 본인)

누구?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나는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 같은 여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